네이비실이 아니라도 군대치고 훈련이 쉬운 곳은 없다. 군인이 나라를 지키려면 자신의 몸부터 지켜야 하고, 그러려면 극기훈련에서도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신체 조건이 불리한 여자로서는 훈련이 더욱 고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해군 초급장교 훈련을 거쳐 지난주 임관식을 가진 최민정 소위. 그가 사회적으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또 다른 이유에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둘째딸이라는 사실로 지원 때부터 화제를 모은 주인공이다. 웬만큼 집안 배경만 있어도 서로 군대에 가지 않으려는 세태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정복 차림으로 연병장에 선 그는 앳되고도 씩씩한 모습이었다. 올해 스물세 살. 재벌가의 딸이 아니라도 한창 쇼핑과 여행에, 친구들과 수다 떨기에 재미 붙일 나이가 아닌가. 그러나 그는 해군을, 그것도 함정병과를 선택했다. 바다를 지킨다는 사명감을 떠나서도 배를 탄다는 자체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닐 텐데도 말이다.
대견한 것은 이번에 임관한 108명의 신임 장교 모두 마찬가지다. 명량대첩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후예로서 우리 영해를 수호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최 소위를 포함해 13명이 여성이다. 1999년 해군사관학교에 여성 생도 입교가 허용된 이래 현재 1100여명에 이르는 여성 장교와 부사관 대열에 새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카펫이 깔린 사무실을 마다하고 군복을 입게 된 것일까. 성격이 활달하다는 외에는 아직 특별히 알려진 동기는 없다. 고교시절 방학을 틈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었으며, 베이징대 재학 때는 중국 친구들과 국제문화교류 모임을 만들었다는 정도다. 이처럼 패기가 당찼기에 아버지 최 회장은 물론 어머니인 노소영 씨조차 그의 해군 지원을 선뜻 말리지 못했을 터다.
그가 평소 영국 탐험가인 어니스트 섀클턴의 리더십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항해사 출신으로 1914년의 남극탐험 도중 유빙에 갇혀 630일이 넘게 고립된 상황에서도 27명의 대원 모두를 무사히 귀환시킨 집념의 지도자였다. 스스로 그러한 통솔력을 갖춘 인물로 거듭나려는 과정에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최민정 소위는 임관식을 마치고 닷새 동안의 짧은 휴가를 갖고는 이번 주부터 다시 진해 해군교육사령부에서 함정승선 장교업무 교육에 들어갔다. 겨울철이 끝나고 새봄이 올 무렵 정식 임무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 그를 포함한 신임장교 동기생 모두에게 조국의 무한한 가호와 영광이 있기를 기원한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