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 해금 만난 오페라 '천생연분'

국립오페라단 '천생연분'
한국 선율 위에 서양 아리아 이색
관습 맞선 인간의 자유의지 그려
  • 등록 2014-06-23 오전 7:05:00

    수정 2014-06-23 오전 7:05:00

오페라 ‘천생연분’의 한 장면(사진=국립오페라단).


[이데일리 곽혜은 PD] ‘한국적 선율 위에 얹은 서양 아리아의 완벽한 조화.’ 국립오페라단이 기획·제작한 오페라 ‘천생연분’이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성황리에 공연됐다.

‘천생연분’은 200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오페라극장에서의 초연을 시작으로 2007년 일본 동경, 2008년 중국 북경까지 한국 오페라 해외 진출의 시발점을 이룬 의미 있는 작품이다. 당시 풍부한 한국적 문화와 오페라의 유럽적 요소가 이상적인 결합을 이뤘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에 ‘천생연분’은 더욱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2014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번 공연에서 작곡을 맡은 임준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천생연분’이 국내외 관객에게 오래 사랑받는 한국의 ‘살아 있는 오페라’로 남을 수 있는 장치를 곳곳에 마련했다. 극적 진행과 결말을 다듬는 스토리 수정, 각 캐릭터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는 작업이었다. 또한 공연이 주는 메시지에 재미와 감동까지 넣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원작은 오영진의 희곡 ‘맹진사댁 경사’다. 명망 높은 김판서의 딸 서향과 조선 최고의 갑부 맹진사의 아들 몽완 사이에서 일어나는 한국 전통혼례 과정을 풀어간다. 스토리 자체는 단순하고 단조롭다. 결국 이 단순한 스토리에서 얼마나 영향력 있는 메시지를 빼내는가가 관건. ‘천생연분’은 관습적인 결혼 제도의 모순에 맞선 인간 본연의 자유 의지를 보여주고자 했으며, ‘사랑과 결혼’은 하늘이 정한 짝을 찾는 ‘소중한 날의 선물’이라는 의미를 객석에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천생연분’은 ‘한국적 오페라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이야기와 음악으로 전달한다. 무엇보다 해금·대금과 같은 한국적 색채가 강한 악기와 오페라의 틀인 서양악기의 조화를 꾀한 것이 강점이다. 한국인이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전통적인 이야기와 캐릭터를 동서양을 아우른 음악으로 재탄생시킨 것. 이런 면에서 ‘천생연분’은 한국 창작오페라의 갈 길을 잘 열어줬다고 말할 수 있다.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선율과 낭만적인 아리아의 완벽한 어울림으로 살아 있는 창작오페라의 그림을 충분히 그려냈다.

한국의 멋과 색을 살린 무대공간과 의상도 적절했다. 무대 위에 다양한 능선의 곡선으로 채운 포근한 동네를 세워 관객에게 부드러움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했고, 의상의 색과 디자인을 통해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 네 청춘남녀의 내면적 감정의 흐름을 잡아냈다. 또 다채로운 무대전환과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의 눈과 마음을 녹였다.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색채를 가미, 깊고 따뜻한 사랑의 온도와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를 관객과 소통하게 한 것이다.

한국 창작오페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천생연분’.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 국내외 모든 관객들에게 인정받고 찬사받는 그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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