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빗물을 모아야 하는 이유

  • 등록 2013-10-07 오전 7:00:00

    수정 2013-10-07 오전 7:00:00

서울시가 전체 물 사용량 중 재활용 물의 비율을 현재의 3.9%에서 2020년 14.4%까지 끌어올린다는 ‘물 재이용 관리 계획’을 발표했다. 그냥 흘려보내는 빗물을 최대한 모으고 하수를 정화해 청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물 부족이 가장 심각하다. OECD에 따르면 쓸 수 있는 물 대비 물 수요의 비율이 40%를 넘으면 ‘심각한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는데 여기에 속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기에 그 심각성을 일반인들이 실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우리나라의 물 사정은 결코 여유롭지 않다. 서울시가 큰 건물 지붕에 빗물을 모으는 시설을 늘리게 하고 한번 쓴 수돗물을 정화해 재사용토록 하며 하수 재처리 시설을 대폭 추가키로 한 것은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법정 계획이다. 다른 광역시·도들도 올해 안에 서울시처럼 같은 계획을 세우도록 돼 있다.

해마다 엄청난 양의 빗물이 그냥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이런 빗물을 조금이라도 집수(集水)해 화장실이나 빨래 등에 쓴다면 수돗물을 아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넓은 부지와 많은 인력이 필요한 정수장을 더 짓지 않아도 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사막이 많아 가뭄이 잦은 호주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빗물을 받아 재활용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시드니에서만도 해마다 200억 ℓ 이상의 빗물이 그냥 바다로 빠져나가는데 이는 시드니 시민들이 2030년까지 쓸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시드니 시당국은 수도회사와 손잡고 빗물 재활용 계획을 체계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호주도 각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 즉 마실 수 있는 물 가운데 실제 마시는 데 쓰이는 물의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화장실이나 빨래, 청소, 정원 물주기 등에 쓰인다. 식수가 아닌 용도로 쓰이는 수돗물 가운데 일부라도 빗물로 대체하면 댐을 추가로 짓지 않아도 되고,담수화 설비를 추가 건설하지 않아도 돼 ‘지속가능한 물 사용’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물 재이용 계획을 계기로 각 지자체는 빗물 재활용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여나가면서 관련 실천방안을 속속 내놓기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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