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기업가치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발판은 IR

  • 등록 2013-02-21 오전 7:45:00

    수정 2013-02-21 오전 7:45:00

[신은철 한국IR협의회 상근부회장] 주식회사의 시초는 1602년에 설립된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다. 네덜란드 상인들은 주식을 발행하여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배를 만들고 동방무역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아시아로부터 향신료를 사들여 유럽에 팔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고 해상에서의 위험도 매우 컸다. 그들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대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증권거래소를 세워 주식거래를 쉽게 만들고 위험도 분산했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해주는 텔레비전, 스마트폰, 자동차, 항공기, 전기 등을 생산하는 회사를 설립하려면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개인으로는 하기 어렵고, 주식회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과연 주식회사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한국거래소에는 두 개의 시장에 1765개의 주식회사가 상장돼 있다.

브랜드 파이낸스에서 발표한 2012년 세계 500대 기업가치 순위에서 세계 6위에 오른 삼성전자를 비롯해서 769개의 기업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고,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을 비롯해 996개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다. 상장회사 시가총액은 1266조원으로 우리나라의 2012년 국내총생산(GDP) 1103조원을 상회하는 규모이다.

경영자는 회사의 모든 경영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외부의 투자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경영자와 투자자 사이에는 정보비대칭 문제가 발생한다. 투자자는 상장회사의 수익성,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 따라서 회사의 경영자는 투자자에게 회사의 경영정보를 알려줘야 할 책무가 있다. 투자자와의 정보비대칭 해소를 위한 기업설명 활동을 IR(Investor Relations)이라 한다. IR이란 기업가치를 공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회사와 투자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경영책무다. 이는 재무적 요소를 포함하는 마케팅 활동이며, 증권관계법령을 준수하는 통합적 활동을 말한다.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기업과 특례상장기업에 대해서만 의무적인 IR활동이 부과돼 있고, 그 외 상장회사의 IR활동은 회사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현재 자율적으로 투자자에 대한 기업설명회를 실시하는 상장회사는 전체 상장회사의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장회사의 IR활동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상장회사의 IR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사단법인 한국IR협의회는 상장회사의 IR활동을 권고, 지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IR전문인력의 양성을 위해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매년 IR활동이 우수한 상장회사를 선정해서 공표하고, IR활동 모범기업으로 선정된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한국거래소에서 당해년도의 상장수수료와 연부과금을 면제해 주는 실질적인 혜택이 부여된다.

상장회사의 IR활동 참여도를 높이고, 바람직한 IR활동에 대한 일치된 관점을 공유할 수 있도록, 상장회사 IR모범규준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상장회사 IR모범규준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토론과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감대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은 최소한의 항목을 설정하고, 적용대상 상장회사의 범위도 제한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범적용 과정에서 보완을 하고, 단계적으로 확산하여 시행과정에서 상장회사의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에서는 창업초기기업과 벤처기업 전용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 개설을 준비하고 있어 그 어느때 보다 상장회사의 IR에 대한 인식제고와 활성화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상장회사 IR모범규준 제정을 계기로 경영자와 투자자 상호 간 신뢰가 쌓일 때, 윈-윈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상장회사의 IR활동이 정확한 정보, 공정한 공유, 지속적 활동으로 이어질 때 투자자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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