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이 체크카드에 집중할 때만 해도 카드업계는 반신반의했다. 금융당국이 체크카드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일반인들에겐 여전히 인식이 부족한데다 돈도 안 되는 사업에 덥석 뛰어들기엔 부담이 컸던 탓이다.
하지만 이젠 달라지고 있다. 신용카드 위주의 결제시장이 체크카드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선제 대응에 나선 국민카드는 불과 분사 2년 만에 신한카드와 농협카드가 독주하던 체크카드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섰다. 자타가 공인하는 ‘체크카드 전도사’로 꼽히는 최 사장의 승부수가 제대로 들어맞은 셈이다.
최 사장은 6일 국민카드 본사 집무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체크카드는 가계부채 해결과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이라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면서도 가맹점 수수료 갈등도 함께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라면서 체크카드 예찬론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이 없어 빚을 질 일이 없고, 수수료율도 낮아 가맹점 수수료도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사장은 소득공제 확대 등 정부의 정책에 따라 체크카드 시장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소득공제 특화상품인 ‘직장인 보너스 체크카드’와 대학생을 위한 ‘樂스타 체크카드’,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웰컴 체크카드’ 등 다양한 특화상품을 선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최 사장의 가장 큰 화두는 ‘빅 데이터(Big Data)’다. 그는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소비자의 패턴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목표집단의 성향을 미리 알고 공략하면 훨씬 더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크카드 예찬론을 거침없이 늘어놓던 최 사장에게 ‘체크카드가 과연 돈이 되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신용카드처럼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신용판매 없이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머쩍은 웃음을 짓던 최 사장은 금세 단호한 눈빛으로 카드 결제승인을 대행하는 밴(VAN)사의 수수료 체계를 해법으로 꼽았다. 그는 “체크카드를 한 건 결제할 때마다 밴사에 내는 수수료가 100~150원”이라며 “1만 원 이하 소액결제가 절반 이상이어서 카드사 입장에선 남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려면 밴사들도 함께 부담을 나눠야 한다”면서 “결제 건수가 아니라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매기면 카드사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얼마 전 국민카드 고객이 파리 여행 중 이중결제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내용을 최 사장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실시간으로 글을 확인한 그는 당장 실무자를 불러 영문으로 승인 취소 메일을 발송하도록 지시했다. 이 고객은 ‘유연하고 친근함으로 국민카드를 이끄신 사장님 쏘 쿨(SO COOL)’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최 사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칭찬을 들으면 더 힘이 난다”면서 “눈에 보이는 숫자뿐 아니라 그 속에서 숨 쉬는 고객의 세밀한 마음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기의 사장은 1956년 경남 진주 출생으로 부산남고, 동아대 정치외교학과와 헬싱키 경제경영대학원 MBA를 졸업했다. 1983년 주택은행에 입행해 주택은행 영통지점장, KB국민은행 복권사업부장, KB국민은행 여신그룹 부행장, 전략그룹 이사부행장을 지냈다. 2011년부터 3년째 KB국민카드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