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서 수출하자는데"..美, LNG 논쟁 `시끌`

  • 등록 2012-12-10 오전 7:50:53

    수정 2012-12-10 오전 7:50:53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재정절벽 협상에 묻혀있던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물론 재계와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사실 천연가스 수출을 둘러싼 논쟁은 이미 지난해 촉발됐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은 자국 천연가스 수출을 엄격히 제한해왔지만, 최근 셰일가스 생산 붐이 일자 남는 재고를 해외에 판매할 뜻을 내비췄다. 특히 재선을 노리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가스 수출로 미국내 생산량을 더 늘리도록 유도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이를 수입하는 외국과의 자원외교도 강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했다.

EIA의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 전망
기회를 엿보던 미국 정부는 반발을 우려해 올초부터 두 차례나 미뤄왔던 에너지정보청(EIA)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지난 6일(현지시간) 전격 공개했다. EIA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오는 2027년까지 하루 평균 40만 입방피트(CF)의 수출 여력을 갖출 것”이라며 “이를 국내에 비축하는 것보다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경제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 승인권을 가진 미 에너지부도 “향후 정책 결정과정에서 이 보고서 결과를 핵심적인 판단 근거로 삼겠다”며 사실상 수출을 승인해줄 뜻임을 시사했다.

실제 미국보다 5~7배 이상 가스 가격이 비싼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인 일본을 비롯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권과 유럽 등을 최우선 수출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 등에 먼저 LNG를 공급하면서 일본과 중국과의 FTA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도 높이려는 계산이다.

일각에서는 천연가스를 액화 처리해 수출하는데 드는 비용 탓에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에너지부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17년 12월 인도분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1000 입방피트당 4.90달러인데, 여기에 국내외 물류비와 가스를 액화한 뒤 다시 가스로 바꾸는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하면 가격은 12달러까지 올라간다. 이는 현재 미국내 현물가격인 3.63달러에 비해 3배 이상 높지만, 현재 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나 중동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LNG 장기 도입단가는 1000 입방피트당 무려 18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는 LNG 수출에 반대하는 제조업계와 정치권 등의 행보다. 미국 천연가스 최대 소비기업인 다우케미칼 앤드류 리버리스 회장은 “가스를 수출할 경우 내수 가격이 올라 국내 제조업체들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수출 승인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원료인 가스 가격 상승으로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유틸리티업계와 정부 독려하에 LNG 차량을 5배 이상 늘릴 계획을 추진해온 버스업계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NERA 경제컨설팅의 추계에 따르면 가스 수출이 시작될 경우 미국내 가스 가격은 3~9% 뛰고 전기요금도 1~3% 상승할 전망이다.

환경단체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가스 생산량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셰일가스를 시추하는데 쓰이는 수압식 시추방식인 프래킹이 수자원을 고갈시키고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LNG 수출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의회에서도 공화당은 물론 일부 민주당 의원들까지 LNG 수출에 반대하고 있다.

에드 마키 하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천연가스 가격이 무려 4배 정도 뛰면서 37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줄었다”며 정부 방침을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상원 환경·천연자원위원회 차기 의장이 유력시되는 론 와이든 민주당 의원까지도 “EIA의 연구결과는 어디까지나 전망과 추정일 뿐이며 실제 영향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즉각 정부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현재 미 에너지부는 내년초부터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가 수개월내에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세이빈패스사가 이미 에너지부로부터 LNG 수출 승인을 받은데 이어 15개 기업들이 하루 최대 215만 입방피트에 이르는 수출 승인을 신청해놓고 있다. 최대 생산업체인 엑슨모빌도 이미 100억달러를 투자해 텍사스주 아서항에 수출용 LNG 저장설비를 짓고 있다. 업체들이 에너지부와 사전 교감을 가졌다는 루머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만큼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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