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에서 전화홍보원들이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한 정황이 포착돼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엄 후보가 이 사실을 인지하거나 개입했는지에 경찰의 수사 초점이 맞춰지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강원지사 선거와 전체 재·보선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선관위는 22일 “강릉의 한 펜션에서 33명의 전화홍보원이 4개조로 나눠 임차한 휴대폰으로 선거구민에게 불법 선거운동을 하던 현장을 적발했다”며 모집·관리책인 김모씨(36)를 공직선거법 89조(유사기관의 설치 금지) 등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전화홍보원들은 점심식사와 일당 5만원, 선거운동 종료 후 별도의 대가를 제공받기로 돼 있었다”면서 “최소 33명이며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화영 전 의원 등 민주당 당직자 10여명은 이날 오전 경포대 인근 ㅂ펜션에서 여성들이 전화로 불법 선거운동을 하는 현장을 확인하고 선관위와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선관위와 경찰은 펜션 1·2층에서 전화홍보원 33명의 신병을 확보했다. 선관위는 펜션 내부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 민간단체협의회 100만인 서명운동’ 광고물과 서명 명부, 동해안 지역 유권자 명단, 입당원서, 국민경선선거인단 신청서 등을 발견했다. 선관위는 선거사무소나 후보자 등만 알 수 있는 중요한 문건이고 전화홍보원 고용 규모와 비용 등을 감안하면 김씨 단독 범행일 가능성이 낮다며 후보자나 선거사무장의 지시·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공직선거법 89조는 선거사무소 또는 선거연락소 외에 후보자를 위한 유사기관과 단체, 조직 등을 설치하거나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도시락 비용이 적힌 영수증(17만5000원)도 나와 선거법 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위반에 해당한다. 경찰 관계자는 “후보 측과의 공모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닷새 전 일당 5만원을 받은 여성들이 전화 등을 지급받고 불법 선거운동을 한다는 제보를 받고 잠복 끝에 현장을 적발했다”며 엄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펜션에서 발견된 컴퓨터 10대는 렌탈회사에서 한 달 전 현금을 주고 빌린 것으로 불법 선거운동이 한 달 전부터 자행됐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체 조사 내용과 증거를 공개할 예정이다.
엄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선거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면서 “선대위와 관련없이 전화 선거활동을 한 데 대해 강원도민과 민주당에 사과와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