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강원도 춘천시 퇴계동의 Y부동산 관계자는 “올 들어 계약서를 한 건도 못 썼다”고 한숨을 토해냈다. 지난해 아파트 분양 열풍이 몰아쳤던 춘천에는 분양가보다 시세가 낮은 속칭 ‘깡통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작년 말 입주한 A단지는 6개월째 절반쯤 비어 있다. 분양가보다 1000만~2000만원쯤 싸게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
정부가 강남 버블 붕괴를 우려하는 사이에 지방 부동산 시장이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토지는 거래가 스톱됐고, 아파트도 살 사람이 없다. 원래 수요 기반이 취약했던 지방에 정부·지자체의 개발 계획 남발로 가수요만 촉발시켰기 때문이라는 게 지역 전문가들의 분석. 한 컨설팅 회사 대표는 “지방 시장의 급격한 붕괴는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면서 “연착륙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지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기업도시로 지정된 전북 무주군 안성면. 당시 투기 열풍이 분 탓에 평당 3만~4만원이던 논밭이 평당 15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거래가 끊겼다. 한 중개업자는 “6개월째 거래가 없어 가격을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충남도청이 이전하기로 확정 발표한 충남 홍성군 홍북면 일대. 평당 25만~26만원까지 치솟았던 논밭 가격이 최근에 17만~18만원대로 30% 이상 급락했다. ‘서해부동산’ 이두영 사장은 “이젠 급매를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발을 구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 더 심각해질 듯=건설교통부에 따르면 2004~2005년 수도권에서 착공한 주택 수는 36만4161가구. 하지만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는 지방에서는 이보다 20만가구 많은 56만3280가구가 공급됐다. 지난 2~3년간 착공한 주택들이 올해부터 입주를 본격화한다.
◆주민들 “세금만 늘었다”=작년 말 혁신도시로 선정된 충북 음성·진천군. 혁신도시 개발로 토지를 수용당하는 두성리 등에는 ‘혁신도시 결사 반대’같은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있다. 조치원 ‘M공인’ 정모 사장은 “보상금으로 대체농지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토지가 수용되지 않는 주민들도 속을 끓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한 주민은 “거래가 되지 않아 재산세만 늘게 생겼다”고 했다. 기업도시·혁신도시를 만들어야 할 지방자치단체도 호가가 치솟아 보상비 마련에 난감한 판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지난 2~3년간 지방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은 게 주택건설이었다”며 “주택시장이 붕괴되면 지방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