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업 직원 피오나 리(23)양은 “매주 수요일은 공짜로 입장해 음료수와 맥주 등을 마음껏 마시는 ‘레이디스 나이트(lady’s night)’”라며 “바 톱 댄스(Bar Top Dance·스탠드 바 무대 위에 올라가 춤추는 것)를 즐기며 남자 친구도 사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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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성업 중인 클럽은 줄잡아 70여개. 1년 반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24시간 클럽도 속출하고 있다. 호텔 종업원 닐 파이잘(26)은 “게이 바, 레즈비언 바는 물론 ‘천안문’ 같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대형 노래방이 생겨 밤문화가 화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금욕(禁慾) 도시국가’이자 ‘재미 없는 나라’의 대명사인 싱가포르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키워드는 ‘재미’(fun-loving)와 ‘재창조’(re-invention). 총지휘자는 리셴룽(李顯龍) 총리다. 리 총리는 지난 9일 독립 40주년을 맞아 “전 세계가 변하고 있는데,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20년 뒤 우리는 어디에 있겠느냐”며 “싱가포르를 ‘재창조의 도시’(city of re-invention)로 만들자”고 역설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40년 동안 금했던 도박산업을 풀고 30억달러(약 3조원)를 들여 시내 중심부에 카지노·고급 호텔·쇼핑몰 등 15만평 규모의 리조트단지를 짓는 계획을 발표했다. 12월에는 프랑스의 명물 카바레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클라크 키에 문을 연다. 10년 후인 2015년 지금의 두 배인 17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300억 싱가포르달러(약 18조원)의 관광 수입을 올리자는 목표다.
하지만 싱가포르가 자유와 개방 쪽으로 완전 ‘유턴’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이달 들어 남성 동성애를 옹호하는 2인조 가수의 콘서트가 금지됐다. 또 반체제 정치인을 소재로 한 단편 영화 ‘싱가포르의 반역자’의 제작자 마틴 세 감독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겔랑에 있는 공창(公娼)가의 경우 새벽 2시까지로 영업시간이 제한돼 있다. 껌 씹기는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하며, 내년부터 식당 등 공공장소의 흡연은 금지된다. 사회의 활력과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한 규제는 과감히 풀되 근본 가치는 한치의 양보 없는 양면성이 건국 40년을 맞은 싱가포르의 현 주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