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찾아간 청주 일대 곳곳에는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처참히 남아있었다. 길 곳곳에는 토사가 남아 있었고,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은 슬픔과 황망함을 억누르며 빈소를 지켰다. 이들은 “비가 온다고 그렇게 재난문자가 왔는데, 왜 미리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냐”며 비통해했다.
실제로 사고 당일 새벽부터 미호천교에는 홍수 경보가 내려졌고, 인근 주민들의 119 신고 등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궁평제2지하차도에 대한 아무런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고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은 ‘747 버스’를 포함, 차량 여러 대는 약 2분여 만에 물에 잠기고 말았다.
시민들의 안전을 관리해야 하는 이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규모 인명 참사가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도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참사’ 가 있었고, 같은 해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측과 112 신고들에도 불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158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언제까지나 이러한 의인들에게 기적을 맡길 수는 없다. 예방과 대응이 제대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통해 시민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와 국가 곳곳에 자리잡아야만 인재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