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확인된 선관위 간부와 직원들의 자녀 특별채용 사례는 최소 10건이다. 전수조사가 본격 진행되면 비리건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노 위원장은 31일 비리 연루 간부 4명에 대한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 그러나 범죄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 의뢰는 쇄신안이라기보다 당연한 조치다. 외부기관과 합동으로 전·현직 직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인사채용 쇄신안도 따로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감사원 주도의 전수조사나 직무감사는 대놓고 거부했다. 생색내기용 대책이라는 비판이 지나치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시스템도 문제지만 인적 쇄신이 먼저다. 존립의 기본가치가 무너진 조직이라면 리더부터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고 밑바닥부터 뼈를 깎는 심정으로 환골탈태하는 게 순리다. 선관위 내 뿌리깊게 자리잡은 책임 회피 관행이 지금 노 위원장에게서 보인다. 노 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비리에 눈감았던 간부들도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 땜질 처방, 무늬만 쇄신책으로는 자정능력을 상실한 조직을 정상화할 수 없다. 국민 신뢰를 잃은 선관위로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