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정부의 시장개입 3종 세트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등록 2023-03-06 오전 6:15:00

    수정 2023-03-06 오전 6:15:00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정부의 가격인상 억제, 담합조사, 지배구조 문제 등 시장개입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세 가지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첫째, 가격동결 압박은 정당화 될 수 없다. 소주 가격인상 조짐이 있자 정부는 ‘주류업계 실태조사’로 업계를 압박했다. 농림부 장관은 식품사 대표를 소집해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모두 정부의 ‘요청’에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는 암묵적인 전제를 깔고 있다. 세무, 위생, 노무 등 정부의 무기는 다양하다. 검찰의 별건수사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는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훼손한다.

원가상승은 제품가격에 반영돼야 한다. 예컨대 밀 가격이 상승하면 빵 가격이 올라 빵을 덜 먹어야 밀 수입과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다. 빵 가격을 못 올리면 기업은 빵의 크기를 줄여 대응한다. 소비자 만족도가 감소함은 물론이며 시설조정, 포장지의 제품설명 수정, 내부 교육 등 비용도 소모된다.

정부의 가격동결 압박은 정부에 의한 물가억제가 가능하다는 기대를 국민에게 심어준다. 정부의 가격개입은 잠깐은 성공할 수 있어도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국민이 정부에 과도한 기대를 하면 결국 정부에 실망하게 된다. 그러면 정부는 더 무리한 일을 시도하게 된다. 정부는 자신이 만능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

둘째, 담합조사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아이스크림, 닭고기, 오리 신선육, 정유업계 관련 가격담합을 조사하거나 제재를 가했다. 임원에 대한 처벌의지도 밝혔다. 올해 들어 이동통신 3사, 은행, 아파트 유지·보수업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기업간 경쟁은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이며 물가안정에도 긴요하다. 그러나 담합행위는 여전히 만연해 있다. 예컨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경유 가격을 제공하고 있는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확인하면 주유소간 담합정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동네 주유소간 휘발유 가격이 원 단위까지 동일한 지역이 눈에 많이 뜨인다. 왜 조사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물론 가격담합은 적발이 쉽지 않다. 정부는 2015년 정유사들이 제기한 담합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패소했다. 그 이후 정부의 태도는 미온적으로 바뀌었다. 담합의혹을 더 철저히 수사할 수 있도록 공정위의 권한과 인력 강화가 필요하다.

셋째, 은행 등 대주주가 없는 기업에 대한 개입은 공식적이어야 한다. 금융기관의 거버넌스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회장/행장이 이사회를 구성해 셀프 연임하는 사례도 많았다.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의 한계이다. 우리는 사실 주주자본주의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주인이 있는 기업에게는 소액주주 운동 등 주주자본주의 확립이 더 시급한 과제이다.

그러나 금융기관, 공기업 등 주인이 없는 기업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를 시작해보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란 주주, 직원, 지역, 고객, 납품업체 등이 모두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로서 2020년 다보스포럼의 주요 의제였다. 2019년 8월 아마존, 애플 등 미국기업 CEO 181명은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선 이사회에 정부도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개입이 공식화 된다. 개입이 비공식적이면 책임감이 없어 더 쉽게 개입하게 된다. 모든 정부마다 비공식 규제를 없애겠다고 했으나 법령상의 규제와는 달리 없앨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별 진전은 없었다. 정부가 이사로 공식 개입하면 오히려 개입을 자제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시장개입 3종 세트를 평가하면 가격동결 압박은 유죄, 담합조사는 무죄, 지배구조 압박은 선고유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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