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안전운임제 일몰하고 새 대안 모색해야

  • 등록 2022-12-29 오전 6:00:00

    수정 2022-12-29 오전 6:00:00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안전운임제 일몰 여부를 놓고 여야 간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은 안전운임제를 애초 계획대로 일몰하자고 하나 야당은 3년 연장해 대안을 모색하자고 한다.

기본적으로 화물운송영역은 사적 자치영역이어서 운임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안전 확보 명분으로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는 안전운임제를 3년 한시법으로 도입했다. 정부가 결정한 안전운임을 위반하는 화주들은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우리는 사용자와의 힘의 관계를 고려해 근로자의 경우엔 최저임금제로 최소한 임금을 정부가 보장한다. 하지만 안전운임제는 본질적으로 최저임금제와는 다르다. 차주라는 개인사업자의 소득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사용자라는 타인을 위해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으므로 특히 사용자의 우월적 지위를 고려할 경우 정부가 최소한 임금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차주는 본인이 본인을 위해 본인 책임으로 사업을 하므로 최소한 이익이라도 이를 정부가 보장한다는 것은 타당치 않다. 화주들은 운송업자와의 일회성 계약에 의해 차주와 간접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처럼 화주와 차주 간 관계는 지속적이지 않고 차주대비 화주는 우월한 지위에 있지도 않다. 차주는 사회적 약자이므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 화주는 대기업도 있으나 자영업 수준의 영세 화주들도 상당하다. 사회적 약자가 누구인지 분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우리의 경제체제를 고려하지 않고 화물연대라는 집단위력으로 도입된 것으로 판단된다. 차주들은 화물차 운송업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해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차단한 이후 독점권을 이용해 최소한 이익마저 보장받기 위해 안전운임제를 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집단이기주의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도입명분이던 교통사고예방 효과도 거의 없다.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체 교통사고는 11.5% 감소한 반면 안전운임제 적용대상인 견인형 화물차 사고는 8% 증가했다. 교통안전은 차주의 소득보장이라는 간접 수단에 의하기보단 디지털 운행기록(DTG)의 제출 의무화와 이의 활용을 통한 운행시간 제한, 휴식시간 보장 등 직접적, 실증적 방법으로 확보돼야 한다.

우리 경제는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무역은 올해 11월까지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10월에는 수출마저 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코로나19 후유증 지속, 미·중 무역갈등 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금리마저 급상승하면서 화주들은 생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 수출 중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2%에서 2020년 2.9%로 떨어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수출시장점유율이 0.1%포인트 낮아지면 취업 인원은 13만9000여명 줄어든다. 2015년 대비 2021년 일자리는 41만6000여명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간 급격한 안전운임 상승은 우리 제품의 수출경쟁력 악화와 생산 위축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수출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도 사라지게 할 것이다. 이는 다시 차주의 일감과 수익 감소를 가져올 것이며 운송시장의 경쟁력도 약화시킬 것이다. 인위적 물류비 상승은 기업의 생산원가 상승을 일으켜 소비자에게 인상분이 전가되면서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은 늘어날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일몰돼야 한다. 다만 시장효율성을 떨어뜨려 온 화물운송시장의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적 문제들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다단계 구조와 지입제 등으로 인해 차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은 점은 개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화물운송 허가제에 따른 독점적 시장구조도 타파돼야 한다. 자율주행차, 드론, 로봇 등 도입으로 세계 운송업계는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경쟁촉진으로 우리도 혁신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말이 없는 화주들의 아우성을 감안해 집단위력에 밀리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애초 예정대로 안전운임제를 일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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