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삼성 가전 인력 충원, 이유 있었다

가전사업 2014년 2만1500명서 감소세…작년말 1만2200명
반도체·모바일 성과급 100%, 가전 62%…차별에 불만 가중
삼성, ‘파격인센’ 제시하며 가전사업 사내 충원…노조 반발
  • 등록 2022-12-18 오전 9:30:19

    수정 2022-12-18 오후 7:47:49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일시금 2000만원. 삼성전자(005930) 생활가전사업부 인력을 모집한다는 사내 충원 공지에는 이 같은 파격적 인센티브 내용이 적혀 있다. 각종 혜택을 제공할 테니 DX(기기경험)부문 임직원 중 생활가전사업부에 지원하라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생활가전사업부 기존 직원들의 불만을 감수하면서까지 충원에 나선 배경에는 수년간 이어진 인력 이탈이 있었다.

서울시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이데일리 DB)
1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을 담당한 소비자가전(CE)부문 직원수는 지난해말 1만2219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도인 2020년 1만2502명 대비 2.2% 줄었다.

삼성전자 CE부문의 직원수는 수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감소했다. 2014년에는 2만1511명에 달했으나 이듬해 1만5926명으로 25.9% 급감했다. 삼성의 중장기 선행기술을 연구하는 DMC(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 인력이 CE부문에 포함돼 있다가 따로 떨어지면서 인력이 줄어든 건데, 당시 가전시장 침체와 더불어 수익성이 나빠 CE부문 슬림화를 추진하는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실제 2015년 CE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6%로, 19.8%를 기록한 반도체(DS)나 9.7%의 모바일(IM)보다 한참 낮았다.

이후에도 CE부문 인력 감소는 계속됐다. △2016년 1만3345명 △2017년 1만2750명 △2018년 1만209명 △2019년 1만2150명까지 줄었다. 2020년에는 1만2502명으로 전년 대비 2.8% 늘었으나 이듬해 다시 줄었다.

CE부문과 IM부문을 DX부문으로 통합한 올해는 생활가전사업부 인원이 별도로 집계되지 않고 삼성전자 역시 내부정보라며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생활가전사업부 인력을 사내에서 모집한다는 공고를 올린 만큼 올해도 이렇다할 증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생활가전사업부가 다른 사업부와 비교해 차별받는다는 불만이 인력 이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DX부문 무선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올해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100%를 받았고 이는 DS부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생활가전사업부는 기본급의 62.5% 수준만 받았다. 원자재와 물류비 인상, 수요 감소 등 요인으로 실적이 저조한 게 원인이었다.

인력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자 삼성전자는 일시금 2000만원 이외에도 각종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며 생활가전사업부 사내 충원을 시도하고 있다. 향후 3년간 초과이익성과급(OPI)과 TAI 등 인센티브 지급시 현 소속 사업부서와 생활가전사업부 중 높은 것을 선택할 수 있고, 3년 뒤 기존 사업부 복귀도 가능하다는 조건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매년 두자릿수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 인력이 감소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려 한다”고 사내 충원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사내 잡포스팅에 생활가전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사측에 잡포스팅 철회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지난 14일까지 회신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공문에 답신하지 않았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삼성전자에 보낸 생활가전사업부 사내 충원 관련 공문. (사진=전국삼성전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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