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박민 기자]
삼성물산(028260) 상사부문은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성일하이텍과 손잡고 2024년 초 완공을 목표로 독일에서 이차전지(배터리) 재활용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 트레이딩(중개무역)을 넘어 해외 공장 건설·운영 사업을 공동 개발한 의미가 있다.
LX인터내셔널(001120)은 인도네시아에 있는 니켈 광산 인수를 모색 중이다. 글로벌 자원확보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직접 채굴과 운영에 나서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은 호주 에너지기업 세넥스에너지 인수를 마무리하며 수소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세넥스 에너지가 보유 중인 가스전을 활용해 그린수소 사업을 전개하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종합상사들이 그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와 맨파워(인재), 리스크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배터리부터 광물, 수소 등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첨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의 직접 수출이 늘어난데다 전통적인 트레이딩 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키 어렵다는 위기 극복 차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M&A)뿐 아니라 직접 운영에 나서면서 사업형 투자회사로 환골탈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한국유리공업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을 받은 LX인터내셔널이 대표적이다. 구본준 회장이 이끌고 있는 LX그룹은 이번 한국유리공업 인수를 통해 건축용 코팅유리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에 올랐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아예 사명을 변경하며 ‘종합상사’를 떼어냈다. 현재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설립을 통해 투자전문 글로벌 종합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같은 발빠른 사업 다각화 덕분에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LX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셜 등은 올해 모두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X인터내셔널의 경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제조기업들이 수요 위축 여파에 실적 악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종합상사들은 ‘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며 이익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사는 자원개발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배터리재활용, 모빌리티 등 성장 산업 진출과 벤처투자 등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며 “가시적인 성과가 확인된다면 모험을 추구하는 상사 비즈니스가 종합 사업회사로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