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거래소 행정절차…최대 5년도 묶여

  • 등록 2022-06-07 오전 6:20:00

    수정 2022-06-07 오전 6:20:00

사진=한국거래소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거래정지 종목의 거래가 재개되거나 상장이 폐지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복잡한 행정 절차가 투자자들의 속만 태우고 있는 것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폐지 심사 절차는 유가증권시장 2심제, 코스닥시장 3심제로 운영된다. 상장폐지심사 사유가 발생할 경우, 먼저 거래소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한다. 대상이 아니라면 상장유지가 결정되지만, 대상에 해당될 경우에는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로 넘어간다.

기심위는 상장유지·상장폐지·개선기간 부여(최대 1년)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기심위가 상장유지 결정을 내리면 주권매매거래가 재개된다. 하지만 개선기간을 부여하면 개인 투자자들은 또 다시 기다려야 한다. 기심위가 사장폐지를 결정하면 코스피는 상장공시위원회에서 한 번, 코스닥은 1차 시장위원회와 2차 시장위원회까지 두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 여기서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불복 소송을 낼 경우 법원이 상장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기심위와 코스닥시장위는 각각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한다. 총 2년이다. 기업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더라도 다음 연도에서 적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을 유지시킨다. 부실 징후가 나타나더라도 즉시 퇴출시키지 않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결론을 얻기 위해선 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에스에이치엔엘은 지난 2017년 전직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로 거래 정지가 내려진 이후 개선기간 동안 끊임없는 이의신청과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31일에야 상장폐지됐다. 거래정지 기간만 무려 5년 4개월이다.

상장폐지 심사를 하는 위원들은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위해 대부분 외부 전문가로 이뤄지며 명단은 비공개다. 그러나 이 때문에 ‘깜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심위는 거래소 1명, 코스닥위원회 4명, 외부인사 3명으로 총 9명이다. 코스닥위원회는 전원 외부인사로 9명이며, 이 가운데 4명이 기심위 위원을 겸직한다. 참석 인원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동의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낸다. 외부 인사는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변호사협회, 벤처캐피탈협회, 코스닥협회, 코넥스협회,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등에서 추천한다. 코스닥시장위원회에는 변호사와 회계사, 교수 등이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심위와 코스닥시장위 위원들이 상장폐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닥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던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위원들이 임기 내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꺼리면서 대부분의 종목에 개선기간을 부여해 2년, 3년이 흐른다”며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는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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