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국민의 문화 향유권 확대와 예술인 권익 강화를 내세우며 ‘문화강국’을 외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K-컬처에 대한 세계인과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는 높아진 반면, 차기 대선주자들의 문화 정책에 대한 고민과 비전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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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대선공약 검증단이 여야 후보의 문화 정책을 살펴본 결과, 이재명 후보는 ‘국민이 즐기고 국가가 책임지는 문화향유권 확대’와 ‘예술인의 권리 보장과 예술활동 지원 방식 혁신’이 공약의 핵심이다.
주요 세부 과제를 보면 △국가 예산의 1.1%대에 불과한 문화재정을 단계적으로 2.5%까지 확대 △예술인·예술강사 파견사업 지원 강화로 문화돌봄 추진 △연간 100만원의 기본 소득 지급 △문화예술인 공공임대주택 보급 확대 △문화예술회관의 공연예술작품 제작을 통한 문화예술인 직접 고용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화예산 비중을 공약에서 명시한 것은 주요 후보 중 이 후보가 유일하다. 다만 재원 조달이 여의치 않거나 ‘포퓰리즘’ 비판에 부딪힐 경우 무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후보 또한 ‘전 국민 문화향유시대 진입’과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문화예술인 맞춤형 지원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저소득층·소외계층 문화누리카드 수혜금액 상향 조정 △수요자 중심의 생활문화 활동체계 확대 △예술인·창작자·문화기업 간 공정한 계약체계 개편 △예술의 창작 지속가능성을 감안한 다년간 지원 전환 등을 약속했다.
日 근대시설 문화유산화 vs 韓 큰 그림 못그려
문화유산은 보존을 넘어 세계화가 차기 정부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 후보는 문화재 분야에서 남북국제교류 확대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K-헤리티지 홍보강화 및 역사왜곡 대응 △북한과 문화유산 공동연구조사 △문화재 유지보수 선진시스템 관리 확대 등이다. 윤 후보는 △문화재 관리체계 혁신 △문화유산과 전통사찰 보존 정책 강화 △문화재영향평가 제도 도입 등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윤 후보는 최근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이 등장해 논란을 일으킨 사태에 대해 “한복·김치 등 전통문화의 저작권 침해가 있을 경우 국제기구 연대 등을 통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정부 직접 지원에서 벗어나 자발적 환경 조성 필요
정부가 지금까지 문화 분야를 직접 지원하고 생태계 운영을 주도하는 역할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자발적 환경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검증단의 제언이다.
김선영 홍익대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문화가 곧 먹거리’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지만 양당 모두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거시적인 비전과 시스템을 제시하는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생활예술과 엘리트예술의 상호작용에 의한 시너지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려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여야 모두 대동소이한 문화예술 정책을 내걸었으나, 문화예술체육관광업계에선 이 후보 지지층이 더 많은 분위기다. 이에 이 교수는 “문화예술계 대부분 국민의힘이 블랙리스트 실행 주체이고, 아직 그에 대한 책임과 징계가 제대로 끝나지 않은 데다 국민의힘의 구체적인 입장 표명과 성찰도 없다고 보고 있다”며 “최근 안상수 국민의힘 의원이 ‘좌파 문화계를 바꾸겠다’고 이야기한 것도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