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2월 주가 3000시대를 공언한 이후 국내 주식 투자 인구는 1000만명으로 급등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반면, 일자리와 임금소득은 줄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주식으로 돈을 벌겠다고 나선 사람이 대거 증가했다. 동학개미, 빚을 내고 영혼을 모아 투자한 빚투와 영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주식 투자자 비율이 미국보다 높아진 덕분인지 주가지수는작년 6월 3300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 주가는 하락해 금년 1월 말에는 한때 2600마저 무너졌고, 10명 중 9명은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본다고 한다. 이러자 대통령 후보들까지 나서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작년 12월 주가 5000시대를 열겠다고 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금년 1월 주식 양도세 폐지 등 구체적인 공약을 통해 주식투자자들의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어떤 나라든 선거는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책이 바뀌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이 성행하는 나라일수록 더 그렇다. 최근에 유럽연합(EU)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41개국 331개 선거결과를 분석해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은 연구(세바스찬 스퇴클 교수와 마틴 로드 교수, 2021)는 이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한다. 선거에 포퓰리즘이 성행한 나라일수록 주가의 변동성이 컸고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했다. 하지만 선거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념에 따라 방향은 정반대였다. 포퓰리즘이라도 시장을 중시하는 우파라면 주가는 급등했지만,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좌파의 경우 주가는 폭락했다. 전형적인 사례로 전자는 2017년 11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후자는 2015년 1월 그리스와 2019년 11월 스페인의 선거가 손꼽힌다.
‘정부에 맞서지 마라’는 주식시장의 오랜 격언이 있다. 중국의 팽창으로 인한 국제정세의 불안에다 코로나19 불안으로 각국의 주가는 정책에 따라 더 출렁거렸다. 불안 심리를 이용한 포퓰리즘이 더 성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압박을 받는 중국이 공동부유 등 좌파 포퓰리즘으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알리바바 등의 주가는 2021년 평균 40% 폭락했다. 코로나19 피해를 복구한다며 각국 정부가 자금을 역대급으로 늘리면서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책을 선회해 약세로 바뀌었다. 어떤 나라든 포퓰리즘이 설치면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 심리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유독 더 심해 주가 하락폭이 다른 나라보다 크다. 외국인의 매도가 많아지고 국내 투자자들도 미국 등으로 눈을 돌렸다. 주가가 상승할 때는 조금 오르고, 하락할 때는 크게 내리고 호재는 적게, 악재는 많이 반영하면서 하락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 등 한국 대표 기업은 펀더멘털이 좋아도 경쟁 외국 기업에 비해 주가는 저평가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북한의 위협 등 기존의 요인에 새로운 문제가 추가돤 셈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안보와 재정 포퓰리즘이 상시화되고 코로나 포퓰리즘까지 더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점점 커지고 있다. 친북과 중국편향외교 때문인지 미국은 외환시장 등의 안정에 핵심 역할을 하는 한미통화스와프를 중단했다. 나라 안으로 적자재정과 국가부채는 급증했고 글로벌 규범인 재정준칙을 대놓고 무시하는 여당의 태도도 그랬다.
한류처럼 주가에 ‘코리아 프리미엄’을 만들어야 한다. 이래야 국민의 재산도 늘어난다. 선진국일수록 근로소득의 비중은 작아지고 자산소득의 비중은 커지기에 그렇다. 이를 위해선 좌파 포퓰리즘을 배격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이 촉진되고 외국 자본도 한국으로 들어온다. 미국 주가에 프리미엄이 붙는 건 미국이란 나라는 혁신이 왕성해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해외로 나갔던 자국 기업이 돌아오고 알짜배기 한국 기업까지 미국에 투자한다. 한국은 자본 투입에 의한 성장이 진작 한계에 직면했는데도 불구하고 혁신이 아닌 재정 투입으로 버텼다. 이런 차이 때문에 한미 양국의 주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재정 포퓰리즘에서 계속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