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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부부 사이는 유난하지 않다. 이는 호칭에서부터 드러난다. 외동딸인 안설희 박사가 유학 생활로 집을 떠난 지 십수 년이지만, 김 교수가 안 후보를 부르는 호칭은 여전히 ‘설희 아빠’다. 지난달 28일 전남 여수에서 이데일리와 단독 인터뷰한 김 교수는 “그래서 사람들이 ‘설희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뭐라고 부르려 했느냐’고 한다. 사실 그전엔 뭐라고 불렀는지 이젠 기억도 안 난다”며 웃었다. 대학 캠퍼스 커플 시절에도 다른 여후배들과 마찬가지로 ‘철수형’이라 불렀다고 알려졌으니, 평생 이렇다 할 애칭 하나가 없었던 셈이다.
이데일리는 지난달 26~28일 전남 광주에서 여수로 이어진 김 교수의 호남 2박3일 일정에 동행했다. 이번 대선 가도에서 안 후보 없이 소화한 첫 장기 출장이었다. 이를 앞두고도 부부 사이 특별히 오간 말은 없었다. 김 교수에게 ‘출발하기 전 안 후보가 잘하고 오라는 말을 하지 않더냐’고 묻자 “제가 항상 더 잘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없었던 것 같다”는 농담이 돌아왔다. ‘각자 삶을 존중하는 방식이냐’고 덧붙이자 답변이 진지해졌다. “이제 저희가 같이 산 지 오래 되다 보니 서로 그냥 알 수 있다. 남편이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도 하고 있다”는 목소리엔 힘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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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호남에서의 사흘을 오롯이 바닥 민심 잡기에 쏟았다. 지역 유명 시장과 번화가를 찾아 시민들의 손을 맞잡고 새해 인사를 건넸다. 3일차 마지막 일정이었던 여수에서는 보통 걸음으로 9분께 걸리는 수산시장과 서시장 사이를 꼬박 90분 동안 걷기도 했다. “여수 촌놈이 출세했다”는 상인들의 짖궂은 농담에도 오히려 “어려워도 끝까지 열심히 해보겠다”며 목청을 더 키우는 모습이었다.
아내가 보는 安 “사람들은 얼마나 절박한지 몰라”
아내가 곁에서 지켜본 남편 안철수는 ‘절박한 정치인’이다. 김 교수는 이런 안 후보의 진심이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는 걸 안타까워했다. 그는 “남편이 워낙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이다. 그래서 밖에서 보기에는 너무 평온해 보이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남편의 마음은 절대 편하지 않다. 정말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일차 일정에서 지역 의대생들을 만난 김 교수는 과거 안 후보가 ‘안랩’을 창업한 게 자신이 가장 바라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거의 공짜로 공급하던 소프트웨어를 갖고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운영어야 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희생’이라는 테마로 이 일화를 다시 꺼냈다. “남편은 ‘안랩’을 키운 것처럼, 자기 자신을 거름으로 사용해서 대한민국을 키울 것”이라며 “워낙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기에 정말 몸바쳐서 일할 것이다. 나는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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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남편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하나만 꼽아달라’고 요청하자 김 교수는 “하나만”이라고 읊조리더니 곧 침묵했다. ‘하나가 아니어도 된다’고 정정한 뒤에야 고민하던 김 교수의 말문이 다시 트였다. 그는 “온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후보”라며 “남편이긴 하지만 안 후보가 아니면 지금 이 위기를 정말 탈출하지 못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지금을 변곡점이라고 하더라. 이 변곡점에서 올라가고 내려가는 게 있을 텐데, 안 후보가 되지 않으면 우리가 모든 면에서 안 좋은 쪽으로 변하는 커브를 탈 거 같은 생각이 든다. 그 위기의식은 둘 다 아주 정말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이유도 많지만 이제는 정말 좋은 모습으로 끝내는 대통령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저는 국민으로서도 꼭 그런 걸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