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87년 민주화 이후 여덟 번째 대통령 선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이변이 없는 한 최종 승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가운데 한 명이 될 공산이 크다. 거대 양당의 후보가 결정되면서 모든 것을 건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전쟁판은 이미 시작됐다. 양자 대결 구도로 치러질 것이란 예상이 높은 가운데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불릴 만큼, 두 유력 후보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회의적인 유권자가 많다는 게 이번 대선의 특징 중 하나다.
|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언론사 주최 글로벌인재포럼 2021 행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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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 문제라면 보기 5번 `정답 없음`이 정답일 때도 있지만, 여야 후보들 가운데 누군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꽃`이란 교과서적 의미를 따지지 않더라도 투표는 포기할 수 없는 유권자의 소중한 권리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이후 일상을 회복하고 새로운 패권 경쟁 속에서 향후 5년간 대한민국호(號)를 이끌어갈 수장을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선 시점이다.
미래를 위한 비전을 두고 경쟁해도 모자랄 판에 안타깝게도 두 유력 후보는 대장동과 고발 사주 의혹이라는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다. 특히 대통령 단임제는 승자 독식 구조인 탓에 여야는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사생 결단의 대결을 마다지 않는다. 민주주의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대선이 피 튀기는 네거티브 공방의 장으로 변질되는 구조적 원인이다. 이런 폐해를 알면서도 후보들뿐 아니라 정당까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한쪽은 `파란색(민주당)이 싫다고 빨간색(국민의힘)을 찍겠느냐`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고 다른 쪽은 `반(反) 문재인` 정서에만 기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양상이 지속된다면 누가 당선된다 한들 출발 순간부터 반쪽짜리 정권에 그칠 수밖에 없고 국정수행에 파열음만 생길 뿐이다. 그간 정치 세력이 지역과 계층, 이념과 세대 등 모든 분야에서 덧셈과 곱셈 대신 뺄셈과 나눗셈에만 의존했던 탓이 크다. 미완성의 민주주의에서 한 발짝 나아가기는커녕 안타까운 과거를 반복하게 된다. 국가적으로나 국민 개개인에게나 불행한 일이다.
반복되는 도돌이표에 마침표를 찍으려면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누구를 선택하든 대한민국의 해묵은 갈등을 말끔히 치유하고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다. 본인의 당선으로 새로운 사회가 곧 도래하거나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처럼 주장한다면 거짓 선동이다. 대통령의 자리가 국가를 대표하는 행정부의 수반이지만, 성서에 나오는 `메시아`(messiah·구세주)는 아니기 때문이다. `대전환``공정의 회복` 등 화려한 구호의 이면에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 있다.
국내 `대통령학` 분야 개척자이자 전문가인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저서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에서 “미래의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정치적 여유와 편안함, 선택과 집중, 시대정신 이해 등을 기초로 취약한 정치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일찍이 위기 극복을 위한 통합 정부 구성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원활한 국정 운영에는 입법부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선동과 현혹 대신 통합과 화합, 상생과 협치의 경쟁을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