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래의 인더스트리]기업 경영 화두 'ESG'

  • 등록 2021-09-04 오전 7:30:27

    수정 2021-09-04 오전 7:30:27

유한킴벌리가 몽골에 조성한 ‘유한킴벌리숲’ 전경 (제공=유한킴벌리)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지난 시간에 태양광이 다시 주목 받는 이유를 다루면서 잠시 ‘ESG’를 언급했는데요. 최근 산업계 최대 화두가 단연 ESG입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영문 앞 글자를 딴 용어입니다. 기업이 단순히 이윤 추구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과 소비자, 지역 사회와 함께 환경, 감염병 등 인류 문제까지 고려해 경영활동을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 번째 환경은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폐기물, 오염, 산림벌채 등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제거해 지속 가능한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음으로 사회는 인권과 노동조건, 고용관계, 안전보건, 소비자 보호 등을 의미하구요. 끝으로 지배구조는 건전하고 투명하게 이사회를 운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 몇 년 새 전 세계 각지에서 폭염과 한파, 가뭄과 홍수 등 이상 기후가 발생하는데요. 특히 감염병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일어나면서 국내외 기업들에 있어 ESG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경영의 필수’가 된 상황입니다.

ESG,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경영의 필수’

ESG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초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언급하면서부터인데요. 블랙록은 운용하는 자산이 무려 1조 8700억달러, 우리 돈으로 20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입니다. 래리 핑크 회장은 당시 전 세계 각지 CEO들에 보내는 연례 서한을 통해 “ESG를 투자 결정에 있어 핵심 요소로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 회장이 이같이 밝히면서 아문디, 핌코 등 다른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 역시 이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60조원을 운용하는 신한자산운용이 주식형 공모펀드 포트폴리오에서 일정 수준 이상 ESG 등급을 확보한 기업비율 70% 이상이 되도록 관리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죠.

ESG 경영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실제로 블랙록은 삼성전자와 네이버, 카카오 등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죠. 기업들은 설비 투자와 함께 연구개발(R&D)과 마케팅 등에 있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 은행뿐 아니라 국내외 자산운용사들과의 긴밀한 관계가 필수인데요. 자산운용사들이 기업 투자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에 ESG를 넣기로 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 사이에서도 ESG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기업들이 ESG 경영을 실천하게 하기 위한 금융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ESG 정보를 반드시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단계가 있는데요. 우선 올해부터 2025년까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를 자율로 하기로 하구요. 2025년부터 2030년까지는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030년부터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지속경영가능 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렇듯 ESG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ESG를 경영에 도입하는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30대 그룹 ESG위원회 구성·운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을 포함한 16개 그룹 내 51개 기업이 ESG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ESG 경영 확산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에서도 ESG 경영이 확산하는 분위기인데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으로 유명한 유한킴벌리는 ‘환경경영 3.0’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2030년까지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는 비중을 기저귀와 생리대는 95%, 미용티슈와 화장지는 100%까지 끌어올려 지구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유한킴벌리는 이미 국내 국공유림에 5400만 그루 이상 나무를 심으면서 일찌감치 환경경영을 실천해온 기업인데요. 여기에 △아름다운숲 발굴 △숲속학교 조성 △탄소중립의 숲 조성 △접경지역 숲복원 프로젝트 △몽골 유한킴벌리숲 조성 등 ESG 경영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운영 중입니다. 최근에는 진재승 유한킴벌리 사장이 산업정책연구원이 주관하는 ‘서울ESG CEO 선언’에 참여하기도 했죠.

렌탈 가전 업계 1위 코웨이 역시 ESG 경영 실천에 나선 중견기업입니다. 최근 ‘2050년 탄소중립’(Net-zero)을 선언했는데요. 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와 비교해 50% 감축하고, 2050년에는 100% 감축하기로 목표를 수립한 것입니다. 코웨이는 앞서 2006년 환경경영을 선포한 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구요. 실제로 유구와 인천, 포천 등 3개 공장과 함께 포천 물류센터 등 총 4곳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운영 중입니다. 아울러 2030년까지 폐기물 재활용률 100%, 사업장 폐기물 재자원화 100% 등 자원 재활용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이렇게 대기업에 어느 정도 일반화하고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ESG 경영. 하지만 여전히 영세한 중소기업은 ESG에 대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인데요. 실제로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ESG 확산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지원 방향’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은 ESG에 대한 인식과 대비가 미비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ESG 경영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양극화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이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라는 말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아직 전 세계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자칫 ESG 투자에 있어 소외될 수 있는 영세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합니다. 아울러 ESG를 표준화하는 작업도 주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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