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해충돌방지법 또 미룬 국회, 국민 인내 시험하나

  • 등록 2021-04-02 오전 6:00:00

    수정 2021-04-02 오전 6:00:00

이해충돌방지법 처리가 한없이 미뤄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지난달 24일에 이어 말일에 이해충돌방지법안을 심의했으나 여야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로써 여당이 공언한 3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는 무산됐다. 여야 모두 4월에 법안 심의를 재개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 이후 정치 상황이 불투명해 이달 중 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거나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악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다. 10여 년 전부터 입법이 추진됐지만 번번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2년 김영란법을 발의하면서 그 일부로 포함시켰지만 국회가 2015년 해당 부분을 빼버리고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국민권익위의 별도 이해충돌방지법안과 관련 의원 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국회가 심의를 게을리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초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사건이 잠자고 있던 이해충돌방지법안을 깨워냈다. 법이 진작 제정되어 엄격히 시행됐다면 LH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분노한 민심에 놀란 여야가 황급히 조속한 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그건 말뿐이었다. 법안 심의가 또다시 지연된 것에 대해 여당은 야당 탓, 야당은 여당 탓을 하고 나섰지만 국민은 다 안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도 법 적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당이든 야당이든 말로는 법안을 지지한다면서 실제 행동에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심지어 여야가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혐의는 국회 내부의 셀프 조사와 징계로 다루는 특혜적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한 술 더 떠 여당은 공직자가 아닌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몽니를 부리고 있다. 야당은 법안 발의 기관인 국민권익위의 위원장이 법안에 대해 한 말을 트집 잡으며 지연전술을 펴고 있다. 최근 국민권익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3%가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법이다. 그런 법 제정을 뭉그적거리는 여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인내는 갈수록 바닥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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