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지난 25일 오후 8시. 부산서면 롯데백화점 1층 후문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백화점 마감을 30분 앞두고 모여든 이들은 한정판 스니커즈 구매를 위해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다음날 선착순으로 구매하는 스니커즈 구매를 위한 길게는 12시간 이상을 길에서 대기했다.
같은 시간 서울 가로수길 아식스 매장 앞에도 줄이 만들어졌다. 이들도 부산서면 롯데백화점에 줄을 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정판 스니커즈 구매를 위해 밤을 새웠다.
| 지난 26일 오전 부산서면롯데백화점 1층 후문에 아식스x앤더슨벨 선착순 구매를 위해 밤을 샌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아식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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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쌀쌀한 밤 날씨에도 수 백명의 사람들이 밤을 세워가며 줄을 선 것은 아식스가 앤더슨벨과 콜래버레이션해서 발매한 ‘아식스젤1090x앤더슨벨’ 때문이다. 구하기만 하면 가격이 치솟기 때문이다.
이 스니커즈의 공식 발매가는 13만 9000원이다. 하지만 리셀(재판매) 가격은 최소 2배 가량 된다. 사기만 하면 100% 수익률이다. 인기 색상과 사이즈에 따라서 3배 이상 가격을 하기도 한다. 이에 많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스니커즈에 열광하는 것이다.
스니커즈 리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스니커즈 시장 규모도 500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매년 두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추첨을 통해 당첨자에게만 구매자격을 주는 ‘래플’ 방식이 대세를 이루면서 참여자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직접 매장을 찾지 않아도 되고, 구매를 위한 조건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아식스x앤더슨벨의 공식 래플에는 3만 6000명의 사람이 응모했다.
| 더현대서울 지하2층 브그즈트랩(사진=번개장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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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스니커즈의 인기는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번개장터가 지난달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오픈한 브그즈트랩은 한정판 스니커즈를 전시한 매장이다. 이곳은 오픈 한 달간 매일 1000명 이상이 방문했고, 총 314족의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가 이뤄졌다.
스니커즈 리셀만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도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국내 1위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은 크림을 필두로 무신사 솔드아웃, 엑스엑스블루, 프로그, 아웃오브스탁 등 업체 이용자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플랫폼들은 실시간 거래가격과 검수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저마다 차별점을 내세우고 있다.
크림은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200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 지난 1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로부터 분사한 크림의 총 투자유치금액은 400억원에 달한다. 작년 3월 출시 이후 매월 평균 121%의 거래성장률을 기록중이며, 1년 누계 거래액이 2700억원에 달한다.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업체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고나라 등을 통해 개인간에 이뤄지던 스니커즈 거래가 현재는 플랫폼을 통해 체계화되고 있다”며 “플랫폼이 실시간 거래가격과 검수 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