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부동산 대책 마련을 지시함에 따라 새 대책이 금명간 나올 전망이다. 현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문 대통령이 국토부 장관의 긴급보고를 받은 것은 취임 후 처음으로,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는 부동산 민심을 다독이려고 대통령이 직접 나선 모양새다.
그러나 새 대책은 발표도 되기 전부터 비난에 휩싸였다. 문 대통령이 지시한 추가 주택공급과 과세강화 등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종합부동산세는 효과가 사후적인 데다 정작 투기꾼에겐 별 타격을 못 주고 실수요자만 잡기 십상이다. 신도시 정책도 효과를 내려면 5~10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아직 제3기 신도시 사업이 제대로 시작되지 않은 터에 제4기 운운하는 것을 보면 정부가 얼마나 허둥대는지 단박에 드러난다.
목소리를 높이는 건 비단 야당만이 아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부동산 정책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서울 곳곳에서 정부의 21번째 대책인 6·17 조치를 규탄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실수요자들이 부동산 정책에 집단적으로 반기를 들고 규탄 행사에 나선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강남 집값 잡겠다며 강북은 물론 수도권 일대까지 역풍을 일으켜 서민들 주거 안정을 위협한 것이다. 강남 집값은 더 올랐다. 덩달아 전셋값까지 폭등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책 책임자들은 “대책이 잘 작동하고 있다”거나 “정책수단은 얼마든지 있다”며 되레 큰소리다. 정책 실패를 박근혜 정권 탓으로 돌리는 김 장관부터 즉각 경질해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와 김상조 정책실장도 정책실패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다른 정책도 그렇지만 부동산 대책은 특히 정교해야 한다. 국민을 모르모트 삼아 일단 해보고 아니면 그만이란 식의 정책 집행은 절대 금물이다. 지금 같은 대증요법으론 30번의 대책에도 투기를 못 잡은 노무현 정부의 재판이 우려된다. 시장과 싸우려고만 들 게 아니라 수요를 정확히 판단하고 거기에 맞는 공급 대책을 내놔야 한다. 신뢰도 중요하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강남 집은 남기고 청주 집을 팔겠다는 상황에서 누가 부동산 정책을 믿고 따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