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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방성훈 기자] 미국 기술주(株)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또 상승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탓에 전세계가 흉흉한 데도 이례적으로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 13% 가까이 상승했다.
이같은 단기 급등에 조정 가능성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다. 애플, 구글 등 IT 공룡에 힘입은 착시 현상 진단과 함께 심상치 않은 코로나19 재확진이 변수로 거론된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경제 펀더멘털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징후 역시 곳곳에서 나온다.
나스닥만 고공행진…올해 13%↑
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23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1만131.37에 마감하며 올해 초(8972.60) 대비 12.91% 급등했다. 지난 12일 이후 8거래일째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실물경제 경고음이 커지는 와중에 이례적인 일이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2만8538.44→2만6156.10, 8.3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3230.78→3131.29, 3.08%↓)는 올해 들어 오히려 하락했다는 점에서 나스닥 지수의 고공행진은 더 도드라진다는 평가다.
미국 정책당국의 돈 풀기도 신고가 랠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투자회사 인베스코가 주최한 화상 행사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추가 지원책을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달 처리할 수 있는 부양책을 의회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상치않은 코로나19 재확산 변수
하지만 월가의 분위기가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다. 사상 최고 기록을 거듭 경신하는 동시에 조정설 역시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증시를 뒤흔들 변수들이 많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일부 IT 공룡들에 의존하는 시장 왜곡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우와 S&P는 코로나19 충격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지만 나스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나스닥이 다우, S&P와 보이고 있는 상승 격차는 1983년 이후 가장 크다”며 “소수의 IT 대기업의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코로나19가 꺾이지 않으면서 항공주, 관광주, 여행주 등은 최근 폭락하고 있다. 이는 IT 대장주가 위태로워질 경우 큰 폭의 조정이 올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중 갈등 커지나…정치 불확실성↑
미국 경제 펀더멘털에 코로나19 후유증도 감지된다.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가계부채가 쌓이고, 소비를 미루면서 저축이 과잉이라는 점이 특히 경기 악순환을 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택담보대출은 그나마 낮지만 자동차와 신용카드 관련 대출은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며 “높은 실업률은 채무불이행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WSJ는 코로나19로 인한 과잉저축(The Coronavirus Savings Glut)의 부작용 가능성을 지적했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정치 리스크는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또다른 재료다. 이날 뉴욕 증시가 반등한 배경에는 미·중 무역합의 파기 우려가 사그라든 게 결정적이었는데, 두 나라간 정치적 이슈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격해질 수 있다. 미·중 갈등이 갈수록 심화할 경우 시장이 기대하는 V자형 경기 회복은 쉽지 않다는 게 월가의 기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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