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이 에이치엔티의 2019사업연도 연결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 ‘의견거절’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에이치엔티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검토의견 역시 ‘비적정’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상장규정 제29조 등에 따른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며 24일부터 주권매매거래를 중지시켰다. 에이치엔티는 27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아직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지는 못해 거래 중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구글이 선보인 자율주행차 ‘웨이모’ 개발에 도움을 줬다는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고위임원 출신을 해외 자회사 사내이사로 영입하는 등 자율주행 테마에 올라타 잘 달려오던 에이치엔티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이는 경영진이 회사 도장을 맘대로 쓰고 이를 주주들을 대변하는 이사진에 보고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심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 코스닥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례적일 정도로 강한 톤의 감사보고서”라며 “모르긴 몰라도 자료 제출을 놓고 양측 간 감정 다툼이 있었던 듯하다”고 전했다. 삼정은 에이치엔티 감사에 총 3004시간을 쏟아 부었다. 전기인 2018사업연도 감사에 투입한 1091시간의 3배에 육박한다.
경영권 변동 전에 쓰던 법인 인감과 회계 장부가 통째로 사라진 게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삼정은 재감사가 아닌데도 디지털 포렌식 기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업인 카메라 모듈 생산이 아니라 자율주행이란 부업에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린 것도 이때부터다. 전환사채를 연달아 찍어내 마련한 자금으로 국내외 자율주행 업체를 인수했다. 특히 미국에 있는 종속회사 우모에는 숀 스튜어트(사진) 구글 웨이모 최고사업책임자(CBO)를 사내이사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선임했다.
앞서 에이치엔티는 지난달 30일 홈페이지 게시한 공지글에 “회사의 무한한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사유 발생이라는 통보를 받아 심대한 위기를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당해 외부 감사인과 재감사 계약을 통해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지적된 ‘의견거절’ 사유를 해소할 것”이라고 적었다. 아울러 “재감사 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경우 금융감독당국이 지정한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2020년 감사의견 ‘적정’을 받음으로써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려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