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일본의 한국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해 한국 산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관련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은 물론 전국적으로 확산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양국의 교류사업도 위기를 맞았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 저성장 고착화와 내수침체 등으로 한국경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대처하는 비즈니스적 혜안이 필요한 시기다.
이데일리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CEO들이 읽으면 경영에 도움이 될만한 책을 꼽아봤다. 국내 주요 그룹의 몇몇 연구소에서 각 기업 내 CEO에게 읽기를 권한 서적을 추려 출판 전문가의 추천사와 함께 정리했다.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방법과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하는 법 등 실용적인 조언이 담겼다.
△지식과 책임의 균형 갖춰라…‘스킨 인 더 게임’
오늘날 한국사회는 대기업 임직원들이 비정규직에게 위험을 외주하고 정치인들은 각종 위원회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월가의 현자’로 묘사되는 나심 탈레브는 최근 출간한 ‘스킨 인 더 게임’에서 고대 그리스인들이 즐겨했던 말 ‘파테마타, 마테마타’(아픔을 통해 배운다는 뜻)를 인용해 지식과 책임의 균형을 갖추라고 충고한다.
책은 선택과 책임의 불균형이 가져올 위험한 미래를 경고다. 책의 제목인 ‘스킨 인 더 게임’은 ‘자신이 책임을 안고 직접 현실에 참여하라’는 뜻을 가진 용어다. 무책임하게 떠들기만 하고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않는 간섭주의자들과 가짜 전문가들의 행태는 ‘제2의 블랙스완(예측불가능한 순간에 닥친 거대한 위기)’의 등장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말보다는 행동하라’ ‘사실이 진실이고 뉴스가 가짜다’ ‘위험 감수의 논리’ 등 일상 속 보이지 않는 19가지의 위기를 면밀히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실패하더라도 실행을 통해 참지식과 책임감을 배우게 된다며 ‘합리성’을 기반으로 행동하라고 이른다.
박재항 교보문고 북모닝 북멘토는 “완고하면서도 비타협적인 극소수가 사회를 장악할 수도 있다는 부분에서 한국 사회의 현실과 겹친다”며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장치를 찾게 만드는 날카로움과 따뜻함이 어우러진 책”이라고 소개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감행한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상황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등을 집필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최근 저서 ‘대변동’은 위기·선택·변화로 달라지는 미래를 통찰한 책이다.
저자는 무엇이 위기인지 정의하고, 국가적 위기 해결을 위한 핵심 요인을 12가지로 설명한다.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책임의 수용, 해결해야 할 문제를 규정하기 위한 울타리 세우기 등이다.
특히 각기 다른 환경에서 중대한 위기에 맞닥뜨렸던 일본, 독일, 미국 등 7개 국가를 분석한 부분이 주목할 만 하다. 책에 따르면 일본의 정부 부채는 총생산 대비 2.5배에 달한다. 낮은 여성의 역할과 추락하는 출산율,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도 일본의 미래를 어둡에 하는 요인이라고 봤다.
저자는 일본을 몰아 넣으려면 일본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똑같이 따라 하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극일’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국민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미혜 인터파크도서 경제경영MD는 “국가에 닥칠 수 있는 위기의 성격과 극복 방안을 주요 국가의 사례로 분석해가며 설명한다”며 “경제·정치·외교 등 다방면에서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라고 말했다.
△국가 이익에 기반한 외교정책 필요…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미국편·중국편)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한국 기업들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사태 등을 겪으며 정부가 개입하는 중국 경제 체제의 쓴맛을 이미 봤다.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성현 박사는 중국편에서 “지금 우리는 기회주의적 베팅보다는 국가 이익에 기반한 원칙을 정해야 한다”며 “‘코리아 패싱’이라는 자학적 프레임에 빠지는 것을 피하고, 우리 국익에 의거한 슬기로운 외교정책을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정윤 예스24 MD는 “미중전쟁이 우리 개인의 주머니 사정까지 위협한다면 가만히 뉴스만 보며 모른 척 있을 수 없다”며 “미중 무역 전쟁의 의미와 두 나라의 입장을 분석하고, 나아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했다는 점에서 경영자들이 참고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초예측’ ‘부의 추월차선’ 등 추천
이외에도 CEO들이 급변하는 사회 정세와 경제상황을 조망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이 있다.
석학 8인이 내다본 암울한 인류의 미래를 담은 ‘초예측’, 미래 인공지능(AI)의 파워는 누가 가져갈 것인지 예측한 ‘AI슈퍼파워’,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와 상생하는 법을 담은 ‘90년생이 온다’, 익명의 사람들에게로 인간 사회의 신뢰가 옮겨간 시대를 탐색한 ‘신뢰이동’ 등에서 달라진 사회의 흐름을 읽어볼 수 있다. ‘신뢰이동’에 대해 김헌식 교보문고 북모닝 북멘토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며 “비대면의 방식에서는 신뢰성의 확보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가 전하는 경영 노하우를 담은 ‘원칙’, 미래의 경제 전망과 생존전략을 담은 ‘2020 부의 지각변동’, 단시간 내에 기하급수적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제시하는 ‘부의 추월차선’ 등도 읽어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