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가 공직자의 공무수행에 사적인 이해관계가 개입될 경우 처벌토록 하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입법예고했다. 2015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제정 때 정치권이 제외시킨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별도 법률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물론 국회와 법원,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에서 일하는 모든 공무원이 적용 대상이라 한다.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이해충돌 규정이 뒤늦게나마 되살아난 계기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논란이다. 지난 1월 손 의원이 차명 등으로 전남 목포시 도시재생 관련 부동산을 여럿 매입하고 해당 지역 등록문화재 지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계기로 “이해충돌방지법이 있었다면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과 함께 법 제정 공감대가 커진 것이다.
비단 손 의원뿐이 아니다. 정치권과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015년 국회에 파견된 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지인 아들의 재판을 청탁했다는 것도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 지난 4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이 후보자가 과거 재판을 맡았던 기업의 주식을 대량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역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는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여야는 여론을 의식해 법 제정에 일단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내심 반발하는 기류가 작지 않다고 한다. 의원들이 소관 상임위원회나 관련 직능단체와 연관된 일이 수두룩한데 과연 어디까지가 이해충돌이냐 하는 문제 때문이다. 김영란법 제정 때처럼 ‘누더기 법’을 만들거나 적용대상에서 의원을 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해충돌을 폭넓게 해석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라는 논리에 일리는 있다. 의원들의 경우 지역구 사업이나 유권자 민원을 처리하는 행위 자체가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사익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원칙이다. 국회는 법 제정에 기꺼이 힘을 보태 부패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