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개발에서 후보물질을 직접 발굴하는 대신 외부에서 도입해 상용화 연구에 집중하는 ‘NRDO’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큐리언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카이노스메드 란드바이오 브릿지바이오 등 국내 대표 NRDO 기업의 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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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신약개발에서 후보물질을 직접 발굴하는 대신 유망한 물질을 외부에서 도입해 ‘개발’에 집중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249420)은 최근 NRDO 전문 자회사 ‘아이디언스’를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이원식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을 대표로 뽑았다.
한독(002390)은 미국 NRDO인 트리거테라퓨틱스에 500만 달러를 투자하며 10%의 지분을 확보했다. 트리거테라뷰틱스는 국내 이중항체 바이오벤처 에비엘바이오로부터 신생혈관억제 항암제를 비롯해 4건의 신약후보물질을 5억 9500만 달러 규모로 도입한 곳이다. 임상시험수탁전문(CRO)인 LSK글로벌PS도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LSK NRDO를 설립하고 동국대로부터 고형암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NRDO는 외부에서 개발한 유망한 후보물질을 가지고 임상시험을 진행해 가치를 높인 뒤 이를 상용화할 제약사에 되파는 게 수익모델이다. 그래서 NRDO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후보물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한 NRDO사 대표는 “이는 약효뿐 아니라 경쟁 후보물질의 개발단계 등을 고려한 상업화 가능성까지 포함된다”며 “아무리 약효가 뛰어날 것으로 기대받는 물질이라도 경쟁 약의 개발속도가 더 빠르다면 투자를 할 이유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유망한 후보물질을 찾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도입한 후보물질의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효과적인 개발전략 수립이다. 어떤 상태의 환자들을 얼마나 모아서 어떤 디자인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개발속도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NRDO 업체 대표는 “NRDO는 단순히 후보물질을 도입해 잘 포장해 되파는 중개상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CMC(제조품질관리), 독성, 중개연구, 규제, 임상역리 등 다양한 기능의 전문가들을 잘 조직화해야 하는 종합과학산업”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 중에는 후보물질을 자체 발굴 대신 외부에서 도입해 이를 상용화하는 역량과 전문성을 더 중요시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아직 후보물질 도출부터 상용화까지 모든 신약개발 단계를 직접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대세다. 그래서 아직 NRDO 사업은 초기 단계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8년
큐리언트(115180)를 시작으로 카이노스메드, 란드바이오사이언스, 브릿지바이오 등 NRDO를 표방한 업체들이 탄생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낸 곳은 드문 상황이다. 1호 NRDO인 큐리언트의 경우 임상2상이 진행 중인 결핵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고, 개발 중인 아토피치료제와 면역항암제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아직 기술이전 성과가 전무하다. 브릿지바이오는 개발 중인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가 FDA 희귀의약품 지정 등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기술특례 상장에 2년 연속 실패하기도 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결국 NRDO의 성공은 기술이전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며 “대형제약사들과의 개발경쟁에서 효율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비교우위를 인정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