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withfsec에는 금융보안원과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뜻이 담겼습니다.”
17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금융보안원에서 만난 김영기(56·사진) 원장에게 명함에 적힌 이메일 계정 아이디가 다소 독특해 의미를 넌지시 물었더니 내놓은 답이다. 통상은 자신이 주로 써오던 아이디나 영문 약자인 경우가 많은데 왜 이런 아이디를 썼느냐고 재차 묻자 그는 사연을 털어놨다.
김 원장이 작년 4월 취임한 뒤 직원들을 만났더니 자신을 “잠깐 머물다 떠날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금융보안원은 2015년 4월 금융결제원, 코스콤 정보공유분석센터(ISAC), 금융보안연구원을 통합해 출범된 금융보안 전문기관이다. 카드사 정보유출 같은 대형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출범한 지 불과 3년 만에 김 원장을 포함해 3명의 원장이 바뀌다 보니 직원 처지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던 셈이다.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절박감을 느낀 김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아이디부터 바꾸고 직원과 소통을 강화한 이유다.
사실 원장이라도 해도 보안원 직원을 자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200여 명에 불과한 직원들은 밤샘 교대근무나 전국 금융기관의 보안점검으로 돌아다니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김 원장이 낸 아이디어는 편지다. 그는 사내 인트라넷에 ‘함께 가는 길’이라는 코너를 만들고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매달 한두 편씩 써온 편지가 자그마치 13장이다.
틈틈이 직원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금융 보안 분야는 학벌 같은 간판 대신 실력으로 승부하는 세계”라며 “직원들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치켜세웠다. 실제 금융보안원 직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주관하는 디지털 포렌식 분야 국제 경진대회인 ‘디지털 포렌식 챌린지(DFC) 2018’, 국내 최대 규모의 빅데이터 분석 경진대회인 ‘빅콘테스트 2018’, 국내 최대 해킹방어대회 ‘HDCON 2018’ 등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김 원장의 이런 소통 노력이 통했을까. 취임 직후 자신의 출근길을 막아선 노동조합과 오해도 풀고 원만한 관계를 재정립했을 정도다. 보안원의 한 직원은 “평소 원장의 생각이나 얘기를 들으면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데이터 3법이 통과하면 금융보안원의 역할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어떻게 한정된 인력을 운용해 보안점검의 효율성을 높일지가 가장 큰 숙제”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사 대표는 “디지털전환에 사활을 건 경영인에게는 보안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뒤를 되돌아보게 한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런 소통 과정에서 과거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 등을 역임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김 원장은 “CISO를 포함한 금융사 보안인력의 기를 살려주고 위상을 높여주는 것은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라며 몸을 낮췄다.
김 원장은…
△1963년생 △1988년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1999년 성균관대 경영학 석사 △2004년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1981년 한국은행 입행 △2005년 금융감독원 검사지원국 팀장 △2007년 여전감독실 팀장 △2010년 저축은행서비스국 팀장 △2012년 상호여전감독국 국장 △2014년 감독총괄국 국장 △2016년 은행 담당 부원장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