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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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이미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지금이 진입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도 메모리반도체 분야처럼 후발주자가 들어가기에는 기술장벽이 높기 때문이죠.”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국내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 산업이 비메모리 반도체에 올인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편중현상을 극복하고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비메모리 강자인 인텔, 퀄컴 등을 제치고 진정한 세계 반도체 업계 1위로 올라선다는 구상이다. 정부도 민간의 투자확대 계획에 화답하듯 30일 시스템반도체 비전·전략을 발표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9일 국무회의에 이어 29일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직접 비메모리의 핵심인 시스템반도체 육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와 민간이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에 팔을 걷어부친 이유는 최근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둔화에 따른 실적 악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양사의 실적악화는 국가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반도체 수출액은 232억달러(약 26조884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나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 실적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메모리는 시장 변동성이 커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여기에다 비메모리 반도체가 산업측면에서 후방효과가 훨씬 크고, 그 만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며, IT분야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비메모리는 설계, 파운드리, 웨이퍼 테스트, 패키지 등으로 매우 세분화돼 있어 산업 파급효과가 뛰어나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적극적인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비메모리를 빨리 키워야 할 것”이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가 3108억달러(약 350조원)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한다”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더 이상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시장규모가 훨씬 큰 시스템반도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진정한 ‘반도체 코리아’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