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 유익균으로 면역력 키워 암 잡는 날 머지 않았다

항암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지놈앤 컴퍼니
서울의대 동기 의기투합해 설립
특정 암 아닌 면역체계 전반 힘키워
글로벌 제약사들 관심 한 몸
  • 등록 2019-01-18 오전 5:00:00

    수정 2019-01-18 오전 9:06:57

배지수(왼쪽)·박한수 지놈앤컴퍼니 공동대표가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 연구시설 앞에 서 있다.(사진=강경훈 기자)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면역기능을 높여 암을 잡는 면역항암제는 이론 상으로는 모든 암환자가 효과를 봐야 하지만 환자의 30% 정도만 효과를 봅니다. 이런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우리 몸에 사는 유익균의 분포와 양이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유익균을 늘려 암을 잡겠다는 것은 결코 뜬구름 잡는 얘기나 공상과학소설 줄거리가 아닙니다.”

17일 만난 배지수,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공동대표는 “미생물로 암을 잡을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말하는 미생물은 우리 몸에 사는 ‘인체공생미생물’로 영어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한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100조개가 넘는다. 우리 몸에 있는 모든 세포보다 10배나 많은 수치. 몸무게의 약 3%는 이들 미생물의 무게다. 과거에는 ‘장운동에 도움이 된다’ 정도의 막연한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특정 미생물의 특정 염기서열이 특정 질병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히는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 그래서 비만이나 당뇨병 등 내분비질환을 비롯해 우울증이나 치매 등 정신질환, 심지어는 암과의 연관성까지 밝혀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2014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미래 유망 10대 기술’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최근 항암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는 분야가 면역항암제와 마이크로바이옴을 병용하는 것이다. 면역항암제가 약으로 인체의 면역신호를 증강시킨다면,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로 이 신호를 키운다.

지놈앤컴퍼니는 서울의대 동기인 배지수, 박한수 대표가 2015년 설립했다. 배 대표는 의대 졸업후 미국에서 MBA를 하며 경영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박 대표는 환자 진료 대신 생화학 기초연구에 집중했다. 각자의 길을 가던 둘은 2015년 의기투합해 마이크로바이옴을 개발하는 지놈앤컴퍼니를 세웠다. 박 대표의 연구 아이디어를 배 대표가 상용화하는 셈. 지놈앤컴퍼니는 특정 암을 치료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아니라 암을 물리치는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한다.

박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며 “인터루킨 등 면역인자의 양을 늘릴 수 있도록 인체 내 환경을 바꿔주면 면역력이 올라가 암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체 내 면역환경은 암을 이겨내는 것 뿐 아니라 항암제의 효과를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 대표는 “같은 암이라도 항암제가 잘 듣는 환자와 항암제가 소용 없는 환자로 나뉘는 원인 중 하나가 유익균 분포와 양의 차이”라며 “유익균이 많은 암환자들은 항암제가 잘 듣기 때문에 유익균을 늘리는 게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의 핵심 개념”이라고 말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 임상시험 승인을 위한 사전미팅을 신청했다. 폐암·흑색종·대장암에 대한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 임상시험으로 2월부터 FDA와 미팅을 진행해 이르면 올해 안에 임상시험에 돌입하는 게 목표다. 배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글로벌 제약업계가 아직 개척하지 않은 분야”라며 “이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직접 연구·개발(R&D) 하지는 않지만 마이크로바이옴에 특화한 벤처기업들의 연구성과는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놈앤컴퍼니와 유사한 방식의 항암 마이크로바이옴 경쟁사로는 베단타와 이벨로(이상 미국), 4D파마(영국) 등이 있다. 배 대표는 “우리를 포함해 이들 경쟁업체들은 연구하는 미생물의 종류만 다를 뿐 연구 수준은 서로 엇비슷하다”고 말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 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20여건에 이르는 미팅을 진행했다. 배 대표는 “면역항암제와 마이크로바이옴의 병용에 대한 공동연구를 제안받는 등 진척이 있었다”며 “기술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있었던 만큼 조만간 좋은 성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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