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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만난 배지수,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공동대표는 “미생물로 암을 잡을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말하는 미생물은 우리 몸에 사는 ‘인체공생미생물’로 영어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한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100조개가 넘는다. 우리 몸에 있는 모든 세포보다 10배나 많은 수치. 몸무게의 약 3%는 이들 미생물의 무게다. 과거에는 ‘장운동에 도움이 된다’ 정도의 막연한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특정 미생물의 특정 염기서열이 특정 질병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히는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 그래서 비만이나 당뇨병 등 내분비질환을 비롯해 우울증이나 치매 등 정신질환, 심지어는 암과의 연관성까지 밝혀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2014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미래 유망 10대 기술’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최근 항암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는 분야가 면역항암제와 마이크로바이옴을 병용하는 것이다. 면역항암제가 약으로 인체의 면역신호를 증강시킨다면,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로 이 신호를 키운다.
박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며 “인터루킨 등 면역인자의 양을 늘릴 수 있도록 인체 내 환경을 바꿔주면 면역력이 올라가 암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체 내 면역환경은 암을 이겨내는 것 뿐 아니라 항암제의 효과를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 대표는 “같은 암이라도 항암제가 잘 듣는 환자와 항암제가 소용 없는 환자로 나뉘는 원인 중 하나가 유익균 분포와 양의 차이”라며 “유익균이 많은 암환자들은 항암제가 잘 듣기 때문에 유익균을 늘리는 게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의 핵심 개념”이라고 말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 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20여건에 이르는 미팅을 진행했다. 배 대표는 “면역항암제와 마이크로바이옴의 병용에 대한 공동연구를 제안받는 등 진척이 있었다”며 “기술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있었던 만큼 조만간 좋은 성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