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저가·美 차세대 기술…韓 `반도체 샌드위치` 막아라

수익성 중심→점유율 전쟁으로…
삼성전자發 메모리반도체 '치킨게임' 왜
  • 등록 2018-07-25 오전 5:10:00

    수정 2018-07-25 오전 6:37:1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내년 이후 중국의 시장 진입에 따른 공급과잉 및 업황 고점 우려, 미국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 확대 등으로 ‘시계(視界) 제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 수출을 사실상 지탱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는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스마트폰 성장세 둔화 등에 따른 단기적 업황 둔화 우려 속에서 첨단 신기술의 본격적 수요 확대 시기를 정확하게 예상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시장 예측 실패로 점유율을 잠식 당할 경우 중국 후발업체에게 빈틈을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로인해 세계 1위 삼성전자는 ‘치킨 게임’을 통한 점유율 확대로 선제적 대비에 나섰고, SK하이닉스도 올 연말 청주 M15공장과 중국 우시 공장 등의 조기 완공을 통한 메모리 캐파(CAPA·생산능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 중국 차단할 ‘치킨게임’ 만지작…하이닉스 내상 우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그동안 지속해온 수익성 위주 전략을 수정, 메모리 가격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은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은 우리 업체와의 기술 격차로 인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저가 제품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물량 공세를 펼쳐 메모리 가격을 낮추면, 중저가 제품 위주의 중국업체가 시장에 쉽게 발붙이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오는 2025년까지 1조 위안(약 166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의 계열사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컴퍼니)를 비롯해 허페이창신, 푸젠진화반도체 등은 올 하반기부터 낸드플래시와 D램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특히 YMTC는 2세대 32단 3D낸드 시제품 생산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중국은 또 미·중 무역 분쟁 속에서 세계 3위 D램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이 자국 업체의 기술을 침해했다며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대해서도 반독점 규제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등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최소 2~3년인 기술 격차를 감안할 때 중국이 당장은 위협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일본→한국’으로 이어진 메모리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메모리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이 과정에서 상당한 내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캐파를 늘리기 위해 애초 내년 상반기가 목표였던 청주 M15공장 신설과 중국 우시 공장 증설을 올해 4분기로 앞당긴 상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원하는 메모리 제품은 고성능·고사양 데이터센터 및 서버용 제품”이라며 “중국은 중저가 메모리를 자국 기업 제품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겠지만 상위 제품의 가격이 낮아지는 상황이 지속되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지 않는 이상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통의 강자 美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 위협

지난해 24년 만에 반도체 왕좌를 삼성전자에게 넘겨준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도 새로운 위협을 떠오르고 있다.

인텔이 마이크론과 공동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 ‘3D 크로스포인트(X Point)’를 적용한 노트북용 ‘옵테인(Optane) 메모리’는 지난 6월 세계 1위 PC업체인 레노버 노트북에 이어 오는 8월 출시될 ‘삼성 노트북5’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자사 노트북에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인 옵테인 메모리를 넣기로 한 것은 업계에선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차세대 메모리는 속도가 빠르지만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D램의 특성과 속도는 느리지만 데이터가 보존되는 낸드플래시의 특성을 결합한 것이다. 현재까지 시장 반응이나 수요는 미미하지만, 인텔은 자사 CPU(중앙처리장치)와 결합한 형태의 노트북용 라인업을 늘려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옵테인 메모리를 탑재하기로 한 노트북도 인텔 CPU의 캐시 메모리 기능을 제공해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의 읽기 속도를 대폭 향상시켰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막강한 플랫폼 역량을 가진 인텔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저가 메모리 시장을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앞세워 잠식하고 인텔이 차세대 메모리 영토를 넓히면 한국은 멀잖은 미래에 중국과 미국 사이 낀 ‘넛 크래커(Nut Cracker)’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스마트폰 성장 둔화로 단기 조정 국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AI나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 혁명 기술들이 만개하기 전까지 중국과 미국 등의 거센 도전이 예상된다”며 “반도체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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