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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이노베이션은 말 그대로 ‘개방형 혁신’으로 대학·연구소를 비롯해 일반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자원, 지식을 활용해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심지어 경쟁업체와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할 수 있다. ‘내 것’에만 의존하지 않고 신약 개발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사, 바이오벤처와의 공동연구 활발해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용어는 헨리 체스브로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2003년 처음 사용하면서 등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은 그 이전부터 외부 업체들과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의 협업을 활발히 진행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3~4년 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이 시작됐다. 이후 최근 1~2년 사이 급격히 늘었다. 이데일리가 국내 제약사들의 현황을 파악한 결과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는 50건 이상이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공동연구 △외주(아웃소싱) △투자 △라이선싱(기술도입·이전)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현재까지 국내 제약업계가 선호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공동연구와 라이선싱, 투자다. 이와 관련 종근당(185750)은 앱클론(174900)·와이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벤처들과 항체의약품을 공동연구 중이다. 동아에스티(170900)는 ABL바이오의 이중항체 기술을 도입했다. 해외 업체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사례도 있다. JW중외제약(001060)은 일본 쥬가이제약과 공동으로 C&C신약연구소를 설립, 여기서 개발한 아토피치료제·통풍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협단체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 개발 활성화와 유망 바이오벤처 투자 촉진을 위해 지난해부터 매년 ‘바이오 오픈 플라자’를 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신약 개발과 관련한 산업계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소통의 장”이라며 “제약사는 유망 바이오벤처의 연구동향을 파악할 수 있고 바이오벤처는 제약사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등 상호 윈윈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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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력이 막강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단순히 공동연구나 기술이전에 머무르지 않고 아예 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글로벌 1위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대표적이다. 화이자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의약품 사업 매출이 50%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워너람버트(2000년)와 파마시아(2003년), 와이어스(2009년), 호스피라(2015)를 차례로 인수하며 세계 최대 제약 공룡으로 변신했다. 리피토(고지혈증치료제), 쎄레브렉스(관절진통제), 프리베나(폐렴구균백신), 엔브렐(자가면역질환치료제) 등 전문의약품을 비롯해 애드빌(진통제), 센트륨(종합비타민) 등 일반의약품이 모두 인수·합병을 통해 화이자의 대표 제품으로 변신했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화이자는 제약사라기보다는 제약업에 특화한 인수·합병 전문기업”이라며 “자체적인 신약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국제 제약사, 글로벌 업체와도 협력
글로벌 제약사들은 국내 제약사들에게도 협력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취지에 맞게 기술력을 갖춘 회사라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협력을 한다는 것. 신현우 MSD 상무는 “최근 항암제 시장에서는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높이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는 게 화두”라며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의 활용을 넓히는 연구라면 한국에 있는 기업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MSD는 파멥신, 제넥신(095700) 등 국내 바이오벤처와 각종 암에 대한 키트루다 병용요법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제약사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1988년부터 2012년까지 신약을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 총 281곳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오픈 이노베이션의 경우가 자체적인 연구보다 신약 개발 성공률이 3배나 높았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신약을 개발하면 성공률이 34%였지만, 자체 개발은 11%에 불과했다.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연구비는 지속적으로 커지는데 성과를 내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풍토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속화하는 배경이다. 미국제약협회에 따르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은 1970년대 평균 1억 4000만달러였지만 1980년대에는 3억 2000만달러, 1990년대 8억달러, 2000년대 초반에는 12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은 연평균 40개에서 20개 미만으로 줄었다. 효과를 높이면서도 부작용은 적은 후보물질을 확보해야 하고, 환자 안전이 중요해지면서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 대형 제약사 연구담당 임원은 “신약 개발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제약사들이 내 것에 집착하기 보다는 똘똘한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