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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유망 분양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아니다. 요즘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지방 소재 분양 아파트 단지들의 청약경쟁률이다. 올봄 지방 분양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쳤지만 이를 비켜간 단지들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개발 호재와 잘 갖춰진 교통 여건, 우수한 학군 등 집값 상승을 견인할 요소들을 두루 안고 있는 게 선전한 배경으로 꼽힌다.
지방 분양시장 침체… ‘청약 제로’ 단지도
올 봄 지방 분양시장은 최악의 상황이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달 5만9104가구보다 3.0% 증가한 총 6만903가구 집계됐는데, 이 중 지방은 5만933가구로 전체의 86%를 차지했다. 지방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이유는 기존 아파트 공급 과잉 상태에서 지역 경기 침체 등이 겹친 때문이다.
특히 주택 수요자들의 서울·수도권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지방의 경우 순위 내 청약 미달은 물론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청약 제로(0)’ 단지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청약을 진행한 전북 순창 ‘순창 온리뷰2차’는 126가구 모집에 단 한 명도 접수하지 않았다. 제주 ‘연동 중흥S클래스’는 151가구 모집에 단 30여명만 청약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팔리는 단지는 팔리기 마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입지, 교통, 학군, 개발 기대감 같은 집값 상승 요소들이 다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수요가 없을 수 없다는 것이다.
춘천 센트럴타워 푸르지오 아파트는 분양가가 3.3㎡당 1059만원으로 춘천에서 처음으로 1000만원대를 넘었다. 지방에서는 고가 아파트인데도 높은 인기를 끈 이유는 온의3지구 등 각종 개발 호재 기대감 때문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온의동 바로 옆 칠전동에 ‘삼성SDS춘천센터 도시첨단산업단지’(대지면적 3만9780㎡·지상 2층 규모)도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ITX 남춘천역과 버스터미널이 가깝고 중앙고속도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 등 광역교통망도 잘 갖춰져 있다.
이 아파트 분양 관계자는 “춘천은 비투기 과열지구로 정부 규제를 받지 않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고, 청약 가점제 당첨 커트라인이 낮은 편이어서 통장 가입기간이 짧아도 당첨권에 들 수 있어 많은 수요자들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청약을 진행한 삼천동 ‘춘천 파크자이’도 1순위에서 16.40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춘천 분양시장의 흥행을 예고한 바 있다.
통장 가입 기간 짧아도 당첨권 들어
이들 단지의 선전에는 대구 최초 국가산업단지의 높은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현재 추진 중인 대구산업선철도, KTX서대구역이 지나는 입지로 우수한 교통환경도 주목받고 있다. 대구 최대 공립유치원 건립도 예정돼 있고 초·중학교 등 다양한 학군도 구축돼 있다.
연초 대구지역 부동산 경기는 좋지 않은 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대구의 2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6.3으로 작년부터 줄곧 90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이 지수는 100이면 보합세, 100을 밑돌면 하락세를 의미한다. 대구 달성군 A공인 관계자는 “요즘 주택 경기가 좋지 않은데 (대구산단 분양은) 청약 미달이 안 난 것만으로 선방했다”면서 “주택시장은 침체 국면에 있지만 돈 될 만한 분양 단지에는 수요가 몰린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말 청약을 진행한 대구시 중구 남산동 ‘e편한세상 남산’과 대전시 서구 탄방동 ‘e편한세상 둔산1·2’도 1순위 평균 경쟁률이 200~300대 1을 기록했다. 지난달 청약을 받은 전남 광양시 ‘광양만권 신대배후단지B1 중흥S클래스’도 40대 1이 넘는 1순위 평균 경쟁률을 나타냈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실장은 “이들 단지는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나 전매 제한 등을 적용받지 않는데다 입지 및 학군이 좋고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춘 게 인기 비결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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