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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이르면 이번주 내에 권오현 부회장이 맡고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및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에 대한 후임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삼성전자 이사회가 열리는 오는 31일(11월 1일자)에 발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장단 인사의 폭은 전자·금융·건설 등 삼성 전 계열사가 포함될 전망이다. 이번 인사는 과거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등 총괄 조직이 주도하는 방식을 벗어나, 각 계열사가 TF(태스크포스)를 꾸려 필요한 인력을 요청·추천하고 이사회 동의를 거쳐 맞바꾸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앞서 올 하반기 신입 공채에서 이런 관련 계열사 별 TF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권오현 부회장의 이번 용퇴 발표는 삼성 특검으로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퇴진을 발표한 직후 있었던 그해 5월 윤종용 부회장 사퇴 상황과 꼭 닮아있다. 당시 총수 부재 속에서 삼성전자를 이끌던 윤종용 부회장이 전격 사임하면서 이윤우 부회장 체제로 전환됐고, 이듬해 1월 단행된 사장단 인사에서 대대적인 인사 혁신이 이뤄졌었다. 이번에도 권오현 부회장의 뒤를 이을 CEO(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강력한 세대 교체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그러나 DS부문의 경우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을 요구하는 사업이라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 등이 이어받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기남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역임한 경험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1심에서 5년형을 선고 받고 2심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부회장 스스로도 인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음달 1일 자로 예상되고 있는 사장단 인사는 2009년과 비교해 더 큰 폭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30주기(11월 19일)과 이건희 회장 취임 30주년이 맞물려 애초부터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예고돼 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라는 돌발 변수 속에서도 ‘관리의 삼성’이란 수식어가 말해주듯 원래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현호 전 미전실 인사지원팀장(사장)이 조만간 삼성전자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미전실 해체 후 안식년에 들어갔던 김용관 삼성전자 부사장, 권영노 삼성물산 부사장 등이 얼마 전 삼성전자와 삼성SDI로 각각 복귀한 것도 이번 인사 준비를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 내부에선 회사를 떠났던 나머지 미전실 팀장들도 경영 상황 변화에 따라 복귀가 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권 부회장에 대한 후임 결정 등 후속 인사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삼성전자와 각 계열사들이 서로 필요한 인력을 주고 받는 식으로 같은날 사장단 인사를 하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