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에도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남북 간에 전면전이 일어나 정전협정으로 마무리된 지도 어느덧 60여년이 지나간다. 그때 참화도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경우의 폐해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동안 피땀 흘려 이룩해 놓은 경제적 성과가 하루아침에 쑥대밭으로 변하고 마는 것은 물론 우리 주변의 소중한 생명들이 무차별로 희생되고 말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피할 수 없는 비극이다.
하지만 미국의 기류부터 심상치가 않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계속한다면 전쟁이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섬뜩하기만 하다. 오는 11월부터는 하와이에서 북한 공격에 대비한 대피훈련도 실시될 예정이다. 북한을 후원하는 중국의 입장은 더욱 노골적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과거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했다”며 해 볼 테면 해보자는 투다. 군사 열병식에 전투복 차림으로 등장한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그렇다고 당장 전면적인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일단 전쟁이 터지게 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어느 쪽이든 마지막 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러시아, 이란과 함께 북한을 제재토록 하는 패키지 법안이 발효됐듯이 우선은 경제적 압박 카드가 동원될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더 이상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발끈하고 있는 이유다.
전쟁 여부를 떠나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움직임이다. 당장 무력 충돌로 번지지 않는다고 해도 갈수록 한반도 평화 정착에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여기에 제동을 걸 만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발표된 1991년 이래 북한을 대화로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에 빠져 있던 우리 역대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다루면서 당사자인 우리 정부를 따돌린 채 일본과 협의하는 ‘코리아 패싱’ 사태가 왜 빚어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혼자 북한 문제를 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처지가 아니라면 우방국들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만약 소규모 국지전이라 하더라도 무력 충돌이 빚어지는 경우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한반도 위기론’이 이번에도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넘어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