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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미국 인텔과 애플을 넘어 세계 1등 IT·전자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올 3분기 애플이 아이폰시리즈 10주년을 맞아 ‘아이폰8’을 내놓고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올 연말로 끝날 경우, 삼성전자의 1등 신화는 ‘반년 천하’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증권사들은 하반기 메모리 공급 확대와 ‘갤럭시노트8’ 출시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매출 지연 등을 근거로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하만 인수를 통해 뛰어든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도 관련 첨단기술을 보유한 핵심 기업의 인수합병(M&A)를 성사시킨 인텔과 일본 소프트뱅크 등이 시장 선점에 나서며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오는 8월 중순으로 예정된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총수 부재’ 상황은 장기화 될 가능성도 있다. 이건희 회장이 10년 전 신년사에서 거론한 반도체와 무선통신의 뒤를 이을 ‘미래 먹거리’를 찾고, 세계 1등 자리를 지켜야하는 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메모리 치중된 반도체 사업…내년 이후가 걱정
올 2분기 삼성전자는 반도체 매출에서 지난 1992년 이후 25년간 반도체종합 1위를 지켜낸 인텔을 누르고 왕좌에 등극했다.
문제는 메모리가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폭이 큰 특성이 있어,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할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 매출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해, 가격 변동에 취약한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달 초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규모 3D낸드 생산시설인 경기도 평택 반도체 공장 가동을 시작하고, SK하이닉스(000660)도 이천 M14공장 2층에서 역시 3D낸드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여기에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들도 제품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어, 내년 이후 메모리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증권사들도 3분기를 정점으로 4분기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사업 확대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메모리에 버금가는 성장을 단기간에 이루긴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글로벌 경쟁 격화되는 스마트폰·전장 사업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하반기 애플에 다시 1위 자리를 내 줄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다자간 전화 회의)에서 마케팅 비용 증가로 3분기 IM(IT·모바일)부문이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할 것이고 전망했다. 중저가 스마트폰 비중이 늘고 갤럭시노트8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해마다 상반기 갤럭시S 시리즈, 하반기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전략 기종으로 내놓는데, S시리즈에 비해 노트시리즈의 판매량이 적다. 반면 애플은 1년에 한 번 모든 자원을 집중하는 아이폰 시리즈를 하반기에 내놓기 때문에 애플의 이익률이 삼성전자 IM부문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또 4분기 연말 성수기와 아이폰의 출시지역 확대에 따라 매출 규모마저도 애플이 1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성장 동력인 자동차용 전장사업에선 하만 인수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강화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인텔은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모빌아이’를 인수하는 등 경쟁자들은 속속 전장 분야에서 대형 M&A를 진행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도 사물인터넷(IoT) 분야 1위 반도체기업인 영국 ‘ARM’과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을 비롯해 여러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 및 M&A를 직접 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이 부회장 구속 기소 이후 굵직한 M&A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비록 대규모 투자도 실무 임원급이 직접 결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조 단위 투자는 총수의 결단 없이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규모 신규 투자와 M&A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는 총수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