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로 나와 급성장하는 '성인용품'..남·여 최고 인기제품은?

국내 성인용품시장 400억원 규모..2년 만에 2배 성장
20~30대 여성 고객 증가..부띠끄 형태 매장 늘어
정부, 블루오션인 성인용품시장 이해 부족..안전기준도 미흡
  • 등록 2017-02-21 오전 5:00:00

    수정 2017-02-21 오후 3:49:15

강남 가로수길에 위치한 플레져랩 매장 전경. 사진=플레져랩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음습한 분위기로 소비자들에게 ‘저급한 문화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던 성인용품시장이 양지로 나오고 있다. 깔끔한 분위기와 위생적인 관리를 무기로 성인용품 유통업체마다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지난 15일 찾은 홍대 인근에 위치한 성인용품점 플레져랩. 고급 백화점에 있을 법한 고급 장식장과 각양각색의 인테리어 소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게 안을 환히 비추는 조명은 음습하다고 여겼던 성인용품점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렸다.

2015년 8월 문을 연 플레져랩은 국내 최초의 부띠끄 형태의 성인용품점이다. 우려와 부정적인 시선을 불식시키며 플레져랩은 월 2배씩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사업적으로 성공을 거뒀고 국내 성인용품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시작점이 됐다.

성인용품점을 찾는 수요자가 나이 든 남성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우려와 달리 대부분 고객은 20~30대 여성이었고, 연인이 함께 구경을 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플레져랩은 강남 가로수길에 2호점을 설립하고 전문 유통회사 ‘나인티피엠’도 설립하는 등 성공가도를 달렸다.

플레져랩의 성공은 그간 ‘숨겨야 할 것’으로 치부됐던 성인용품을 양지로 이끄는 사건이었다. 이후 서울, 대구,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 부띠끄형태 또는 캐쥬얼샵 형태의 성인용품점이 속속 문을 열기 시작했다.

바디로 대구점 전경 사진=바디로
이태원에 있는 ‘레드 콘테이너’라는 성인용품점은 패션디자이너 출신 대표가 가게를 꾸며 그 독특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게끔 만든다. 성인용품 유통업체 바디로는 최근 부산과 대구에 성인용품점을 열었다. 바디로의 성인용품점은 뒷골목이 아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백화점이 있는 상권에 있다. 매장 분위기는 명품관을 연상케 하듯 원목재질을 강조했다. 바디로는 이곳에서 전시회를 여는 등 성인용품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할 계획이다.

외국계 기업들의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성인용품업체인 독일의 베아테우제는 지난해 이태원에 문을 열었으며, 일본 유명 성인용품업체 텐가 역시 올해 오프라인 매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시장의 잠재력은 국내외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을 정도. 업계는 지난해 국내 성인용품 시장이 약 400억원 규모로 2015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신우 바디로 유통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미혼, 만혼, 이혼 인구의 급증과 인구 고령화에다가 성소수자와 장애인의 성 권익 향상, 젊은이들의 성에 대한 태도 변화 등으로 미국이나 유럽, 일본처럼 성생활용품 프랜차이즈가 보편화돼 성인용품이 가정필수품으로 취급될 날이 멀지않았다”면서 “이런 흐름에서 성인용품 매장이 잇따라 양지로 나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여성용 성인용품 우머나이저. 사진=플레져랩
성인용품 시장에도 유행하는 인기제품이 존재한다. 여성용품에서는 독일 Epi24의 ‘우머나이저’가 단연 최고 제품으로 손꼽힌다. 우머나이저는 여성의 성감대를 흡입해 자극하는 성인용품이다. 정확한 국내 판매 수치는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19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입고하기 무섭게 팔리는 물건’으로 유명하다. 플레져랩에서 지난해 11월 초특가 판매 행사를 했을 때는 1시간 전부터 줄을 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를 증명했다.

텐가. 사진=텐가
남성용 제품으로는 일본 텐가 제품이 독보적이다. 텐가는 남성의 성기를 삽입해 사용하는 제품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에 진출한 텐가는 남성용 성인용품으로는 세계 1위 기업이다. 그 명성을 증명하듯 한국에 진출하자마자 품절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에서는 성인용품시장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적지 않다.

성인용품을 수입할 경우 관세청이 운영하는 ‘성인용품 통관 심사위원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심사는 한 달에 한번 열린다. 그런데 기준이 모호하다.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등은 없고 단순히 ‘미풍양속을 해치는 물품’을 금지한다.

성인용품 산업을 관리하는 주무부처가 없다는 점도 큰 문제다. 아직 중국에서 생산된 불법 제품이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지만 관리·감독기관이 없다보니 안전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 산업 표준 분류에도 들어가 있지 않아 판매업자들은 완구를 파는 ‘문구업종’으로 등록해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소비자원은 지난 2014년 보건복지부에 성인용품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달라 건의했지만 여전히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는 답만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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