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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찾은 홍대 인근에 위치한 성인용품점 플레져랩. 고급 백화점에 있을 법한 고급 장식장과 각양각색의 인테리어 소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게 안을 환히 비추는 조명은 음습하다고 여겼던 성인용품점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렸다.
2015년 8월 문을 연 플레져랩은 국내 최초의 부띠끄 형태의 성인용품점이다. 우려와 부정적인 시선을 불식시키며 플레져랩은 월 2배씩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사업적으로 성공을 거뒀고 국내 성인용품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시작점이 됐다.
성인용품점을 찾는 수요자가 나이 든 남성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우려와 달리 대부분 고객은 20~30대 여성이었고, 연인이 함께 구경을 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플레져랩은 강남 가로수길에 2호점을 설립하고 전문 유통회사 ‘나인티피엠’도 설립하는 등 성공가도를 달렸다.
플레져랩의 성공은 그간 ‘숨겨야 할 것’으로 치부됐던 성인용품을 양지로 이끄는 사건이었다. 이후 서울, 대구,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 부띠끄형태 또는 캐쥬얼샵 형태의 성인용품점이 속속 문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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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들의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성인용품업체인 독일의 베아테우제는 지난해 이태원에 문을 열었으며, 일본 유명 성인용품업체 텐가 역시 올해 오프라인 매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시장의 잠재력은 국내외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을 정도. 업계는 지난해 국내 성인용품 시장이 약 400억원 규모로 2015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신우 바디로 유통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미혼, 만혼, 이혼 인구의 급증과 인구 고령화에다가 성소수자와 장애인의 성 권익 향상, 젊은이들의 성에 대한 태도 변화 등으로 미국이나 유럽, 일본처럼 성생활용품 프랜차이즈가 보편화돼 성인용품이 가정필수품으로 취급될 날이 멀지않았다”면서 “이런 흐름에서 성인용품 매장이 잇따라 양지로 나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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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정부에서는 성인용품시장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적지 않다.
성인용품을 수입할 경우 관세청이 운영하는 ‘성인용품 통관 심사위원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심사는 한 달에 한번 열린다. 그런데 기준이 모호하다.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등은 없고 단순히 ‘미풍양속을 해치는 물품’을 금지한다.
성인용품 산업을 관리하는 주무부처가 없다는 점도 큰 문제다. 아직 중국에서 생산된 불법 제품이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지만 관리·감독기관이 없다보니 안전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 산업 표준 분류에도 들어가 있지 않아 판매업자들은 완구를 파는 ‘문구업종’으로 등록해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소비자원은 지난 2014년 보건복지부에 성인용품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달라 건의했지만 여전히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는 답만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