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의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다. 세자 이영(박보검 역)과 내시 홍라온(김유정 역)과의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에서 남장한 여주인공의 입맞춤하는 장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김유정은 17세의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성인배우 박보검과의 입맞춤으로 청소년들에게 선정적인 내용을 전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김유정이 남장을 준비하며 가슴을 드러낸 노출 장면을 내보냈다는 지적도 받는다. KBS측은 “드라마에 꼭 필요한 내용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KBS는 공영 방송으로서 공익성을 앞세워야 한다. 그런데도 공공성을 저버린 채 시청률만을 노려 선정성을 지나치게 부각시킴으로써 이번 논란이 야기된 것이다.
방송심의규정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신체가 과도하게 노출한 복장으로 출연하거나 선정적인 장면을 연출하면 안 된다”(45조 6항)고 명시돼 있다. 문제가 된 입맞춤과 가슴 노출 등의 장면이 극 전개에 절대적인 부분이었다면 제작진은 처음부터 출연배우 선정에 신중을 기했어야 옳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장면이 나오는 작품이라면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을 출연시켜야 했다는 얘기다. 방송심의규정도 모르는 사람들이 제작에 매달리고 있다면 사정이 여간 심각하지 않다.
가뜩이나 TV를 켜면 선정적인 성인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게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다. 낯뜨거운 화면과 잔인한 폭력이 시청 대상과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마구 편성돼 식구들이 함께 둘러앉아 시청하기에 거북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미성년자마저 성(性) 상품화 대상으로 만들려 한다면 규제 받아 마땅하다.
특히 공중파 방송은 파급력이 엄청나다. 공중파 방송에서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하는 분위기를 부추긴다면 성인은 물론 가치판단이 형성 단계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신호를 줄 게 뻔하다. 미성년자들은 아직 도덕적 판단력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사회가 이들을 아끼고 보호해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TV 드라마가 반드시 교육적 내용일 필요는 없지만 왜 중간중간에 여배우 속옷을 들춰보는 장면을 넣어야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