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중도금대출 금리에 실수요자 ‘눈물’…“신용대출로 중도금 내요”

  • 등록 2016-09-22 오전 6:00:00

    수정 2016-09-22 오전 6:00:00

△아파트 중도금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아파트 계약자들의 이자 부담도 늘고 있다. ㈜한양이 최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2동에서 분양한 ‘한양수자인 안양역’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고객들이 중도금 대출 금리 조건 등 분양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한양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 A아파트를 분양받은 성모(35)씨는 중도금 1차 납부를 앞두고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다. 중도금 대출 금리가 생각보다 높아서 마이너스통장을 통해 신용대출을 받는 것이 오히려 이자 부담이 적은 기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S씨는 “중도금 대출은 집단대출이라 금리가 낮은 줄 알았는데 모델하우스에서 계약 당시 상담받은 금리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아 깜짝 놀랐다”며 “다른 입주예정자들도 기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금리는 지난 4월 기준 연 3.59%였지만 성씨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통해 연 3.1% 금리로 3차 중도금까지 선납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금융당국이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중도금 대출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미 중도금 대출 금리는 다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역전했고 신용등급에 따라서는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아졌다. 문제는 집값 및 전셋값 상승으로 무주택자의 매매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그 부담이 고스란히 실수요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구간에선 신용대출<중도금 대출…금리 ‘역전현상’도

업계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 성남시에서 분양된 한 재건축아파트는 최근 중도금 대출 금리가 연 4.5%로 결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아파트는 청약 당시 평균 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된 바 있다. 위례신도시와 가까우면서도 분양가는 훨씬 저렴해 인기를 끌었다. 시공사 역시 시공능력평가 순위 20위 안에 드는 대형 건설사다. 그러나 대출을 집행해준 경남은행은 이 아파트의 1회차 중도금 대출 금리를 코픽스 금리 1.31%에 가산금리 3.19%를 붙여 산정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중도금 대출에 대해 규제를 하는 상황이어서 중도금 대출 금리가 상승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된 아파트들의 중도금 대출금리를 보면 시간이 지날 수록 중도금 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프 위에 찍인 각 점은 특정 아파트가 1차 중도금을 대출받을 시점에 책정된 금리를, 그래프 선은 대출 금리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각 아파트 단지의 중도금 대출 금리는 대부분 변동금리로 책정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지역 내에서 시차를 두고 분양된 아파트 단지들의 중도금 대출 금리를 비교해보면 금리 상승은 더욱 피부로 느껴진다.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분양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1차 금리를 비교해보면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대부분 금리는 2% 중반대였으나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난해 11월부터 3%대 초반으로 진입했고 올해는 3.8~3.9%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중도금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가 2.03%에서 1.31%까지 내렸다는 것을 고려하면 각 아파트 중도금 대출 가산금리의 상승 폭은 더욱 커진다.

이렇게 되자 소비자들은 중도금 대출을 대신할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성씨처럼 신용등급이 1~2등급인 경우 은행에서 2%대 신용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신용등급 1~2등급 구간 고객에게 평균 2.79% 금리로 신용대출을 해주고 NH농협은행(2.93%)과 BNK부산은행(2.94%)도 평균 2%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SC제일은행(3.22%), KEB하나은행(3.26%), 신한은행(3.34%) 등도 1~2등급 고객의 평균 대출금리가 연 3%대 초반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이미 지난 5월부터 역전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66%로 집단대출 금리(2.82%)보다 0.16%포인트 낮다. 주택금융공사에서 제공하는 중도금 연계형 보금자리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美 금리인상·HUG 보증한도 축소…금리 인상 요인 줄줄이 대기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중도금 대출 금리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당장 8·25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내달 1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한도가 100%에서 90%로 줄어든다. 가령 중도금 3억원 대출에 대해 과거에는 HUG가 전액을 보증해줬다면 앞으로는 2억 7000만원만 보증해주고 나머지 3000만원은 부실이 일어나도 책임져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은행으로서는 중도금 대출 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할 수밖에 없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은행이 건설사에 연대보증을 하는 조건으로 중도금 대출을 해주거나 신용 보강을 해주기 어려운 중소형 시공사에 대해서는 높아진 리스크만큼 더 비싼 이자를 요구할 것”이라며 “결국 이 비용은 분양가에 반영되거나 중도금 대출 이자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도 예견된다. 이미 시장금리는 줄어든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국고채 3년 금리는 저점 대비 0.133%포인트, 국고채 10년 금리는 0.218%포인트 올랐다. 상승한 시장금리는 약 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중도금 대출 금리 기준인 코픽스 금리 등에 반영된다.

박원석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중도금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 지금과 같은 국내 주택시장 호조세가 한풀 꺾일 가능성도 있다”며 “대출금이 자산의 30%,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30%를 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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