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부는 복지부동, 한전은 성과급 잔치

  • 등록 2016-08-13 오전 6:00:00

    수정 2016-08-13 오전 6:00:00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도 많은 가정이 ‘전기요금 폭탄’ 걱정에 에어컨 하나 마음 놓고 켜지를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민 고통을 달랠 생각은 않고 되레 화를 돋우고만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여론에 요지부동이던 산업통상자원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에 부랴부랴 땜질 처방을 내놓은 게 바로 그렇다. 와중에 한국전력은 엄청난 수익을 냈고, 그 돈으로 임직원들 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다고 한다. 이래저래 국민만 봉인 셈이다.

산업부는 주택용 전기료 판매가가 원가 이하인데다 누진제를 개편할 경우 서민부담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등의 논리로 누진제 개편에 손사래를 쳤다. 누진제를 폐지하면 마치 전력대란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더니 박 대통령이 그제 개편 필요성을 거론하자마자 반나절도 안 돼 7~9월 6단계 각 구간의 폭을 50kwh씩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애들 껌값’이라고 혹평할 정도로 임시 미봉책에 불과하다. 게다가 누진제 근본 개편은 ‘중장기 과제’ 운운하며 어물쩍 뒤로 미뤘다. 국민 고통은 아랑곳 않는 무사안일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더 기가 찰 일은 누진제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수천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사실이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이익 11조 3500억원, 당기순이익 13조 42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막대한 수익에 조환익 사장은 전년보다 81.5%나 늘어난 9564만원을 받는 등 직원 1인당 평균 1720만원씩 모두 3550억원의 성과급을 나눠가졌다고 한다. 전기요금으로 국민들 호주머니를 털어 떼돈을 벌고는 요금 내릴 생각은 않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 것이다.

전기요금 누진제의 근본 문제는 산업용은 싸게 받으면서 가정용은 사용량에 따라 최대 11.7배까지 비싸게 받는 불합리한 부과 체계에 있다. 국민에게만 전기요금의 고통을 지우는 꼴이다. 누진제의 근본 개편을 중장기 과제로 미룰 게 아니라 당장 논의하는 것이 마땅하다. 주형환 산업부장관은 사표 쓸 각오를 하고 현행 제도의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방안이 없지 않은데도 가만히 엎드려 있다가 대통령 한마디에 미봉책일망정 개선안을 내놓는 모습이 더 얄밉게 비친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긴밀하게, 은밀하게
  • "으아악! 안돼! 내 신발..."
  • 이즈나, 혼신의 무대
  • 만화 찢고 나온 미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