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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가족이나 지인의 자살을 드러내길 꺼린다. 자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어서다.
그러나 자살자 유가족의 자살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6배나 높다는 점에서 쉬쉬할 일만은 아니다. 자살을 방지하고, 자살 유가족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현수(49) 중앙심리부검센터장(서남대 의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유가족에게 지워지는 죄책감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다. 자살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부터 자살을 실행하기 전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죽지 말자’는 생각을 갖도록 하지 못한 존재였다는 것 등 과도한 죄책감으로 수렁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유가족이 가족의 자살에 대해 말하고 전문가들과 소통하는 것이 치유의 첫 번째 단계”라며 “주변에서도 자살을 막지 못했다고 유가족을 책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울하거나 큰 경제적 실패에 빠진 사람들은 자살이 가족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가족들은 고인을 책망할 수 있지만 사실 고인은 자신의 자살이 가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목숨을 끊을 정도로 가족을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나 자살은 남겨진 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어떤 경우에도 잘못된 선택이란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가 수백개는 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주로 자살하는 지는 모른 채 막연히 자살을 막겠다고 나서다 보니 자살율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심리부검은 왜 자살했는 지 파악해 효율적인 자살예방정책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심리부검은 자살한 사람의 성장 과정, 의학적 병력, 사회적 활동 등을 조사해 자살 당시 심리에 대해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유사한 상황에 처한 자살 우려자를 돕고, 자살예방정책을 수립하는데 주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