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15살의 한 남학생은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눈물로 만류하는 어머님을 뒤로 한 채 기차를 타고 무작정 상경, 영등포역에 발을 내디뎠다. 무일푼이었던 그는 친척집을 전전하다 노숙생활로 이어지는 비참한 삶을 경험하기도 했다.
파란만장한 인생길을 걸어온 그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 ‘욕심’이다.
“어떤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욕심을 부렸다면 지금의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겁니다. 제가 의정 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 지난 1995년인데 당시 어르신들이 ‘우리의 심부름꾼이 돼 달라’며 저를 앞장세운 게 계기가 됐습니다. 그분들은 당시 제게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지금까지도 그 조언을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양평동에 문을 연 ‘꽃할매네’는 어르신들이 주먹밥과 밑반찬을 만들어 판다. ‘폐현수막재활용사업단’에서는 거리미관을 해치는 현수막을 마대, 접이식 의자, 방석, 쇼핑가방 등으로 재탄생시켜 판매한다. 지난해만 30여t가량의 불법현수막을 재활용해 1000여만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꿈더하기 지원센터’는 발달장애인들이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 능력을 길러주는 시설이다.
조 구청장은 영등포구에 집중된 노숙인들의 자활을 위한 활동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영등포구 ‘노숙인 자활팀’을 통해 많은 노숙인이 사회로 되돌아갔다. 저축상 수상자를 비롯해 사회복지사(2급) 자격증 취득자, 학원 강사 등을 배출하기도 했다.
조 구청장은 수시로 영등포역을 찾아 노숙인들에게 ‘힘을 내라’고 격려하기도 하고 잘못된 점을 보면 호통을 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노숙인들도 ‘형님, 형님’하며 따른다고 한다. 매년 가을이 되면 서울시에서 개최하는 18개 자치구 노숙인들을 위한 체육대회에 참석하는 유일한 구청장이기도 하다.
은퇴 후 복지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조 구청장은 지역과 이웃을 살피느라 가정일엔 소홀했던 자신이지만, 자녀들이 자신을 존경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했다. 조 구청장은 휴대폰을 꺼내 최근 결혼한 차남이 신혼여행지에서 보낸 문자를 내보였다.
“우리 아빠, 평생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오신 거 저희가 알고, 주변 분들도 아시고, 누구보다 아빠 본인이 아시잖아요. 행여나 이번 일(자녀 결혼식 청첩장 배포 관련 논란)로 좋지 않은 일을 당하셔도 저는 그동안 고생하신 아버지를 위해 박수를 보낼게요. 여행 마친 후 돌아가 아버지의 힘이 돼 드릴게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