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년 뒤인 2018년부터 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 14% 이상)에 본격 진입하는 우리의 노인 주거복지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노인조차도 외면하는 실버주택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에 건립된 노인복지주택은 모두 25개 단지, 4761가구다. 2009년 19개 단지에서 4년 간 불과 6곳이 더 들어서는 데 그쳤다. 전체 공급 주택 중 입주를 마친 것도 4139가구(87%)에 불과하다. 여전히 600가구 이상이 빈집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서울에 공급된 1902가구(분양 1175가구·임대 727가구)는 1717가구(분양 830가구·임대 887가구)만 주인을 찾았다. 분양 주택의 경우 3채 중 1채가량이 팔리지 않은 것이다.
노인복지주택이 시장의 냉대를 받는 원인은 잘못 설계된 제도에 있다. 노인복지주택은 노인복지법상 양로시설, 노인공동생활가정과 같은 노인주거복지시설의 하나로 1989년 국내에 첫 도입됐다. 일반 아파트에 노인에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별도의 부대시설을 갖춘 ‘주택+복지’ 구조다. 일반 분양은 1997년부터 허용됐다.
사업자의 초기 투자비 부담을 덜고 주택 건립을 활성화하고자 허용한 일반 분양은 되레 부작용을 낳았다. 노인복지주택은 각종 건축 특례가 적용되는 도시계획시설로 분류된다. 이 점을 노려 개발업체가 땅값이 싼 자연녹지 등을 사들여 분양가 상한제 같은 규제를 피해 집을 고가에 공급했다가 미분양 물량이 쌓이자 입주 자격을 속이는 등의 편법 분양이 판친 것이다. 이는 노인 입소자가 제대로 된 주거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젊은 층은 과도한 관리비를 부담하게 되는 등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애물단지가 된 노인복지주택의 대안으로 ‘세대 공존형’ 주택을 제시한다. 부모와 자식 세대가 평면이 효율적으로 분리된 집에서 동거하거나, 도심 내 단지에 고령자 주택과 분양주택을 함께 배치한 공유형 주택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에서는 이미 흔한 주거 모델이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대 공존형 주택은 노인의 고립을 막고 젊은 세대는 정부 보조를 받아 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런 주택이 도입되려면 국내 아파트에 적용되는 획일적인 주택공급규칙을 개선하고 고령자 주택을 꺼리는 사회적 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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