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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실함과 열정으로 무장된 상인정신만으로 자영업을 운영하기에는 우리나라 현실은 매우 가혹하다. 특히 요식업은 절반이상이 개업 후 3년 내에 폐업을 한다고 한다. 경기불황에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 못하고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불황을 이겨내도 폐업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계약갱신권’을 5년 동안만(그나마 환산보증금 서울은 4억원 미만, 수도권은 3억원 미만만 적용) 보장하기 때문에 아무리 장사가 잘되고, 단골이 넘쳐나도 5년이 지나 상가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거나 가게 문을 닫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게다가 상가주인이 높은 권리금을 가지기 위해 일부러 내쫓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와 법무부가 자화자찬하는 이번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는 여전히 숨어있는 독소조항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재건축과 재개발의 경우에는 최소임대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건축과 재개발 사실을 모르고 상점을 임차한 자영업자는 전혀 법의 보호받을 수 없게 된다.
정부안에는 또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체결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정당한 사유” 중 “임대인이 임차건물을 1년 이상 영리목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규정돼 있다. 그러나 현재 임대인의 친인척 등이 직접 사용하겠다면서 임차인을 내쫓고 잠시 영업하는 척하면서 권리금을 약탈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이 조항도 재검토돼야 한다.
이외에도 현행 5년의 임대차보호기간을 그대로 둔 것도 문제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상가건물 임대차 법제에서 상가임차인들이 영업에 필요한 시설물 설치비용, 영업망 형성을 위한 영업비용 등 영업을 위한 제반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9년에서 15년 이상의 영업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임대차기간 내에 퇴거해야 할 경우에도 ‘퇴거료 보상제도’를 운영해 임대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상인들의 현실은 ‘장사가 잘돼도 걱정, 안 돼도 걱정’이다.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첫걸음은 법안 개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 독소조항을 과감히 잘라내는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생색내기식 법안으로 상인들을 울릴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