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오심 아닌 진심을 바라며

  • 등록 2014-06-17 오전 7:05:00

    수정 2014-06-17 오전 7:05:00

[이윤지 아나운서] 브라질월드컵 초반부터 오심 논란이 뜨겁다.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14일 개막전에서 브라질 공격수 프레드가 얻어낸 페널티킥이 일부러 넘어진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후 경기는 브라질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고 일각에서는 브라질이 개최국 어드밴티지를 얻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한 방송사에서 월드컵 경기해설을 맡고 있는 안정환은 비 오는 날 심판들이 오심을 거듭하자 “수경을 써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오심 논란은 월드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로야구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오심 논란이 잦다. 프로야구 심판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비디오 판독을 당장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월드컵과 프로야구 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오심 논란이 뜨거운 건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경기장에는 20여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경기 중 중요한 장면은 바로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이어져 안방극장으로 그대로 전달된다. 심판이 놓친 반칙을 시청자들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프로야구 모든 경기가 생중계되고 방송사들의 중계기술이 발전하면서 야구팬들은 심판보다 정확하게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 심판도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제는 시청자들이 이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으니 오심 논란도 잦아진 셈이다.

축구장과 야구장에서의 오심이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하지만 국민 경제와 생활을 이끌어나갈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의 실수까지 우리가 이해할 필요는 없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놓고 이런저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문 후보자가 기자로 일선에서 활동했을 때는 아마 지금보다 여러모로 언행이 편했을 것이다. 정치인들 또한 예전에는 무대에서 연설하거나 큰 행사에 참가할 때만 플래시를 받았지, 요즘처럼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중계되지는 않았다. 자신의 모든 발언이 녹화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퍼지는 일을 그때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문 후보자가 과거에 했던 발언들은 실시간으로 국민 모두에게 전파된다. 문 후보자는 뒤늦게 “상처를 입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야구경기 심판도 아닌 총리 후보자의 실수를 국민이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트루먼 쇼라는 영화가 있다. TV를 통해 남자주인공의 일생을 몰래 관찰한다는 내용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이제는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됐다. 기술이 발달하고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게 되면서 정치인과 공직자들에게 요구하는 도덕 수준 또한 높아지고 있다. 초고화질 TV는 얼굴 근육과 눈빛의 미세한 떨림까지 잡아낸다. 시청자는 표정만으로도 TV에 나오는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진심이 없으면 안 되는 시대이다. 정치인으로 공직자로 나라를 이끌겠다면 진심이 없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24시간 정치인과 공직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카메라들이 언젠가는 실수를 포착할 것이다. 실수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면 국민 앞에서 나서기에 앞서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스포츠경기 오심은 그 경기 하나로 끝나지만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저지른 실수로 인한 국가적 피해는 회복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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