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인 이 일대 원룸 전셋값은 전용면적 20㎡(6평) 기준 5000만~8000만원 선. 전셋값 7000만원짜리 원룸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원, 보증금 3000만원에 월 40만원에 거래가 이뤄진다. 보증금을 1000만원 낮출 때마다 월세 10만원씩을 얹는 식이다. 전셋집을 월세로 돌려 집주인이 얻는 이자수익률은 연간 12%에 이른다.
반면 같은 동네라도 아파트는 사정이 딴판이다. 혜화동로터리에 인접한 명륜아남1·2차 전용 85㎡형 전셋값은 4억원이다. 하지만 ‘반전세’(보증부 월세)는 보증금 1억원에 월 170만~180만원 안팎이다. 보증금 3억원을 월세로 전환해 1년 동안 2040만원을 받는 것이니 이자수익률이 연 6.8%에 불과하다. 인근 네이버대학로공인 관계자는 “이 일대에서는 전셋값이 1억원 이하인 소형 원룸의 월세 전환 이자율이 아파트보다 많게는 두 배 가량 높은 편”이라며 “작은 집일수록 3.3㎡당 월셋값은 오히려 비싼 게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같은 지역 안에서도 저렴한 집에 거주하는 세입자의 월세 전환 부담이 중·고가 주택보다 되레 큰 경우가 흔하다. 이에 따라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저소득층을 배려하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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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집주인의 필요와 세입자의 경제력이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임대인에게 수년치 월세를 몰아받는 목돈인 보증금은 임차인이 제때 세를 못 낼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다. 하지만 원룸 등 소형 주택은 이러한 보증금이 적고 공실 우려도 높다보니 집주인이 미래의 손실을 예상해 월세 전환 이자율을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임차인에게는 월세 체감도와 보증금을 조달하는 능력이 관건이다. 전세보증금이 큰 아파트를 월세로 돌리면 월세액이 세입자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비싸질 수 있다. 따라서 보증금이 많은 중·고가 주택은 전환율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월세 절대액이 낮은 저가 주택은 이율을 높게 책정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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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마음대로 전·월세 전환율을 정하는 주먹구구식 가격 산정과 구멍난 제도는 영세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소다.
직장인 김성훈(가명·33)씨는 지난 2월 이사할 집을 찾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는 보증금 4000만원에 월 30만원인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반지하 주택을 계약할 생각이었다. 김씨는 월세 부담을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집주인에게 보증금 500만원을 더 낼테니 월세를 5만원만 낮춰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집주인은 보증금 1000만원을 더 내라고 요구했다. 기존 원룸의 전월세 전환율은 연 12%이지만, 월세를 거꾸로 전세보증금으로 돌리는 ‘역(逆) 전월세 전환율’은 집주인 편의에 따라 그 절반인 연 6%로 쪼그라든 것이다.
특히 전·월세 전환율 상한을 연간 10%로 제한한 법 규정은 무용지물 취급을 받고 있다. 강제성이 없고 기존 임대차 계약이 끝난 뒤 재계약을 할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명륜1가 K공인 관계자는 “세입자의 협상력이 낮고 정보도 부족하다보니 집주인이 하자는대로 계약을 맺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전환율 상한은 지키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전환율의 문제가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차시장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면서 나타난 과도기적 현상의 하나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보증금이 적은 월세 중심인 선진국형 임대차시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완충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보증금이 적은 저가 주택의 전·월세 전환율을 낮추기 위해 임차인의 월세 미납을 보증해 주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저렴한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 세입자의 선택폭을 넓히고 표준화한 임대료 공개 시스템을 마련해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