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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추진 아파트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이 단지가 최근 날벼락을 맞았다. 사업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달 27일, 대법원이 2008년 송파구청이 인가한 이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계획안을 취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사업비와 조합원 분담금 등이 애초 계획보다 크게 바뀌어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절반(57.22%)만 찬성했다는 이유였다.
폐허로 방치한 아파트를 맴돌던 주민들은 깊은 회의감을 보였다. 2003년 재건축 조합을 설립한 이후 10년 넘게 끌었던 사업이 또다시 주저앉을 수 있게 돼서다. 시영1차 아파트 전용면적 51㎡형에 거주하다가 지난해 10월 초 이주했다는 주민 이모(80)씨는 “재건축 사업이 하도 말이 많으니 자식들도 이참에 집을 아예 처분하자고 난리다”며 “이제는 사업이 망하든 말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라고 통탄했다. 1년 전 아파트를 팔고 이사했다는 박모(68·여)씨는 “재건축은 내가 죽어서도 어렵지 않겠나”라고 혀를 찼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말을 아꼈다. 사업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주민 정서 탓이다. 인근 한마음공인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로 인해 재건축사업이 또다시 지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형성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시영1차 전용 40㎡형(1650가구)은 지난 2월 최고 5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까지 5억원을 밑돌다가 정부가 올해 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를 폐지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역시 없애겠다고 나서면서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반전했다.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2월 26일), 재건축 추가분담금(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 증액 통보(3월 7일)에다가 대법원 판결까지 악재가 잇달았다. 지난 2월에 최저 5억21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은 전용 40㎡형이 이달 7일에는 4억8200만원에 팔렸다.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두 달 새 4000만원 가까이 내린 것이다.
“관리처분총회 열리는 오는 6월이 최대 분수령”
사업 인·허가권을 쥔 송파구청 관계자는 “법원 판결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해서 주민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 총회 결과를 지켜보고 다수의 뜻에 따르겠다는 것이 구청의 입장”이라며 “설령 법원 결정으로 예전 사업 계획이 취소된다고 해도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사가 강하다면 바로 구청 인가를 다시 신청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계획안의 경우 주거지 종 상향(2종→3종) 이후인 지난해 새로 마련해 조합원 81.8%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대법원이 취소 판결한 계획안과는 전혀 별개라는 입장이다. 반면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 비상대책위원회는 두 계획안이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함께 취소해야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사업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승인권을 가진 구청이 총회 결과를 지켜보고 전적으로 다수의 손을 들어주겠다고 입장을 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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