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아파트 '프리미엄'이 사라졌다

지난달 서울 평균 매매가 1년새 2700만원 하락
급매물도 거래 안돼…비역세권보다 더 떨어지기도
  • 등록 2013-08-06 오전 7:01:00

    수정 2013-08-06 오전 7:01:00

교통망 확충과 시장 침체 장기화로 역세권 아파트도 매매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오는 2015년 개통 예정인 서울 KTX 수서역 인근에 들어선 아파트 밀집지역. /사진 제공=SH공사
[이데일리 유선준 기자] “OO역까지 도보 3분 초역세권 단지.” 부동산 분양광고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구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엔 빛이 바래진 것 같다. 교통망이 크게 확충되면서 전철 노선 수가 서울에만 15개, 수도권을 포함하면 19개, 역으로는 500개가 넘는다. 도착지 역에서 버스나 도보로 몇 분을 더 가더라도 어지간하면 지하철로 집 근처까지 대부분 도달한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요즘엔 역세권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 오히려 역세권 아파트값이 비역세권 단지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한 경우도 많다.

6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하철역에서 500m 이내에 있는 서울 전체 역세권 아파트의 지난달 평균 매매가는 5억6751만원으로, 일년 전보다 2700만원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의 비역세권 아파트값이 평균 2175만원 하락한 것보다 낙폭이 컸다. 서울지역 역세권 아파트가 매매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 센터장은 “역세권 단지는 과거 부동산시장 활황 시절 당첨만 돼도 몇 년새 수천만원씩 가격이 오르는 등 대표적인 부의 증식 수단으로 여겨졌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집값이 많이 빠지는 등 찬밥신세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015년 개통 예정인 서울 고속철도(KTX) 수서역 인근에 있는 까치진흥아파트. 이 단지 49㎡형은 2억7000만원 선으로 한달 전보다 1000만원 내렸다. 수서역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요맘 때만 해도 수서역이 서울~평택 간 KTX 시발역과 종착역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값이 들썩였지만 지금은 매수세도 없고 가격 하락 하락세도 뚜렷하다”고 전했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가양 우성아파트의 경우 2009년 7월 지하철 9호선 개화~신논현 구간이 개통되면서 집값이 크게 올랐다. 한달 새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3000만 이상 뛰었지만 매수세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급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이 아파트 전용 84㎡는 2009년 11월 4억9000만원에 팔렸으나 지난 5월에는 3억2450만원에 거래됐다. 3년 6개월 새 아파트값이 무려 33.8%나 떨어진 것이다. 인근 염창동 하나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인근에 지하철역이 들어서면 집값이 오르던 시절은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역세권 단지보다 몸값이 더 떨어진 역세권 단지도 적지 않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수서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수서신동아아파트 전용 50㎡는 올해 초 4억2000만원 선에서 이달 초 현재 4억원 선으로 떨어졌다. 반면 수서역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수서삼성아파트 전용 59㎡는 같은 기간 5억7500만원에서 5억7000만원으로 500만원 가량 내렸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교통망 확충과 시장 침체 장기화로 역세권 아파트도 맥을 못추고 있다”며 “내집 마련에 나설 때는 역세권 단지 여부 파악과 함께 주변의 생활 여건 및 아파트 브랜드, 적정 가격 여부 등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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